홍석천 기자

5월 말에 생겨난 거대한 장마전선이 중국과 일본에 많은 비를 쏟아내다가 6월 10일부터 한반도로 이동해 왔다. 이어 전국적으로 내린 기록적인 폭우가 9월 초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바비부터 지난 3일 마이삭, 7일 하이선까지 2주도 채 되지 않는 기간 연달아 발생한 태풍 3개가 모두 한반도를 지나갔다. 이즈음 대서양에선 역대 가장 강한 허리케인 ‘로라’가 미국 남부를 강타했고, 캘리포니아에선 대형 산불이 번져 열흘 만에 서울 면적의 6배가 불탔다.

지난 3일 녹색연합은 전국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를 살펴보면, 이제 환경전문가나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각성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가장 크게 느끼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올여름 폭우’라는 응답이 73.9%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가 49.5%, ‘2018년 폭염’이 45.8%, ‘2020년 호주산불’이 27.5%로 뒤를 이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체감 지수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냐’는 물음에 ‘매우 심각하다’가 65.3%, ‘약간 심각하다’가 32.4%로 97.7%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다. 반대로 ‘별로 심각하지 않다’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각각 1.6%와 0.7%로 총 2.3%에 불과했다. 기후문제가 이제는 모두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기후위기에 인간들은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제해결에 뛰어들고 있다. 한 예로, EU는 지난 7월 각국 정상이 참석한 특별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약 772조 원을 풀어 그린산업과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 5월 2050년까지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고 이 목표를 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약속하는 등 그린뉴딜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과학의 힘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스텍, 미국 펜실베니아대 공동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온실가스인 메탄,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일산화탄소처럼 유용한 물질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실렸다.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 SNS에는 ‘#이비의이름은장마가아니라기후위기입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끊임없는 관심이 유권자로서, 소비자로서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시민들이 SNS를 통해 기록한 정보가 빅데이터가 되어 정치인과 경제인에게 도달되고,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내친김에 당장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글과 함께 해시태그를 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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