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별빛지역아동센터장)

처음 별빛과 마주하던 9년 전, 2011년. 당시 별빛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이었던 윤요왕(현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센터장) 선생님이 한 잡지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었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일을 “잘 살피고, 잘 들어줍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게다가 ‘그뿐입니다”라고까지 했다.

책 ‘마주이야기’의 저자 박문희 원장은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말만 잘 들어줘도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어서, 아이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알고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고, 공책에 쓰고, 감동해주면 된다고 한다.

놀이연구가 편해문 선생은 아이들을 여섯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고 싶다고 말하고 하는 아이/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는 아이/ 안하고 싶다고 말하고 안하는 아이/ 안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고 안하는 아이/안하고 싶은데 하는 아이/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

어떤 아이가 건강한 아이라고 생각되는가? 우리 아이들은 하고 싶다고, 안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가? 말문이 트이면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곧 안 된다는 어른들의 거절에 부딪히게 된다. 왜 안 되는지 이해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새로 만나게 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으냐,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답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지 않게 되었을까? 아니 왜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가 되었을까?

매주 목요일이면 별빛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한다. 일주일 동안 아이들을 살피고 관찰한 것,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 들을 나누고, 어떻게 더 잘 살피고, 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다. 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하기 싫은 아이들이 억지로 참여하고 있다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될지 자문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까 보다 우리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어른들의 생각을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잘 살피고, 잘 들어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오늘도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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