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15번째 절기 ‘백로’

백로는 보통 9월 9일 무렵이다. 올해는 지난 7일이 백로였다.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백로가 되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이다.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로 나우면 초후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한다.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걷힌 후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의 피해를 겪기도 한다. 올해는 바비, 마이삭, 하이선이 연이어 북상해 이상기후를 실감케 했다.

백로는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이다.

볏논의 나락은 늦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여물어야 한다. 벼는 늦어도 백로 전에 패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 백로가 지나서 여문 나락은 결실하기 어렵다. 또한 백로 전에 서리가 오면 농작물이 시들고 말라버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늦게 벼를 심었다면 백로 이전에 이삭이 패어야 그 벼를 먹을 수 있고, 백로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는다. 또 백로에 벼 이삭을 유심히 살펴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기도 한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부는 바람을 유심히 관찰하여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이때 바람이 불면 벼농사에 해가 많다고 여기며, 비록 나락이 여물지라도 색깔이 검게 된다고 한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간혹 7월 말에 들기도 한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된다고 한다. 한편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대풍이라고 생각한다. 경남에서는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 석을 늘린다”라는 말이 전해진다. 또 백로 무렵이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고, 고된 여름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부녀자들은 친정에 다녀오기도 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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