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춘삼이와 함께하는 산책코스는 춘천인형극장 뒤의 자전거길이나 우두벌판에 꾸며진 중앙공원이다. 특히 중앙공원은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있어 반려견들이 산책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곳이라 인근에 사는 모든 반려견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산책길에 몇 번 마주친 강아지들은 제법 안면이 트여 알은 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산책길이 조심스러워졌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고양이 가족이 공원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한 식구다. 고양이 가족을 만날 때마다 춘삼이는 호기심에 차서 다가가려고 끙끙거리곤 하지만 고양이들로서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고양이가 사는 근처로는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 돌아서 가곤 했다.

우두동 중앙공원에 고양이 가족이 살기 시작했다. 춘천이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며칠 전 또 중앙공원을 걷고 있는데 고양이 가족이 사는 수풀 근처에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춘삼이를 나무에 묶어두고 아이들과 함께 다가가 보았다. 그곳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있었고, 고양이들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 사람들의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가 정성껏 마련해 둔 사료통과 물통도 놓여있었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주민들이 함께 키우는 반려동물이 됐던 것이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우리도 고양이에게 간식 좀 가져다줄까?”

“응. 그리고 비 맞으면 안 되니까 집도 지어주자.”

이번 주말에는 아무래도 톱질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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