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치유사 안현옥…코로나블루 위로 작품전
문화공간 파피루스(안마산로21), 10월 5일 까지
운명과 화해한 뒤 ‘북한 어린이 돕기’ 봉사활동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한 길을 걷는 사람은 편한 얼굴을 갖는다.

안현옥 씨도 그런 얼굴을 지녔다. 코로나블루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 17점을 선보이는 생의 첫 전시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그를 화가라 부르기가 망설여진다. 

‘마음치유사’안현옥 씨가 코로나블루 치유 메시지를 담아 첫 전시회를 열고 있다. 수익금은 북한 라진·선봉 탁아소에 이불을 선물하는 데 쓰인다.

오랜 시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애써온 그와 그의 꿈을 화가라는 영역 안에만 담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 또한 화가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쳤다.

작품들은 코로나19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받은 심리적 충격을 형상화하거나 코로나블루로 힘겨워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기독교적 상징과 자연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를 풀이하고 소개하는 건 의미가 없다. 뒤늦게 붓을 들고 전시회까지 연 이유가 곧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부로서 가족 뒷바라지에만 헌신하는 일로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살았고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호주와 서울을 오가며 살아왔다. 지금은 다시 춘천에 머물고 있다.

두 문장으로 요약된 그 시간들은 깊은 시련과 고뇌를 거쳐 깨달음과 새로운 꿈을 찾게 된 변화의 순간이었다.

그가 상담치유에 입문한 건 운명이었다. “세속적 성공을 위해 국적도 호주로 바꾸는 등 남편과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살았었다. 하지만 사실 난 출구 없는 긴 암흑 속에 있었다.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살아가던 2013년 무렵, 우울증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오랜 시간 괴롭혀 온 마음 속 깊은 상처까지 한꺼번에 폭발했다. 심각한 삶의 위기였다.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정작 나의 삶은 해석해 주지 못했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미술치유와 상담공부를 시작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호주로 돌아가서 시드니 ‘공감임상미술협회’와 시드니 생명의 전화 상담원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미술치료사·인형치료사·춤동작치료사·놀이심리치료사·심리상담사·그림책 감정코칭사 등 영역을 넓히며 봉사했다.

“타인에게 봉사했지만 오히려 나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길이었다. 원망을 멈추고 운명과 화해하는 길이 조금씩 보였다. 시드니 밀알 장애인선교회 협력활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에 6개월 간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비로소 어둡고 긴 터널의 끝에 도착한 그는 마침내 “나를 온전히 알게 됐고, 운명과 화해하게 됐다. 그리고 신앙과 구원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됐다. 그리고 선물 같은 깨달음, 신이 주신 나의 쓰임새를 이해하게 됐다. ‘북한의 어린이를 도우라’. ”

그는 기독교 NGO단체 (사)선양하나와 인연이 닿아 2019년 하노이 회담 무렵 홀로 북한을 방문했다. 세속적 성공을 위해 얻은 호주국적이 더 큰 가치로 쓰이게 된 운명의 아이러니다. 

(사)선양하나는 나진선봉에서 신발공장과 평양에서 어린이 재활병원을 운영한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신발·방한복·급식·의약품 등을 제공하고 어른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북한에 머물면서 탁아소·초등학교·진료소 등을 견학했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특히 나진선봉 지역 탁아소에서 이불이 부족해 오들오들 떨며 잠든 아이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가 붓을 든 이유이다. “마음은 또 북에 가서 봉사를 하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묶여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고민 끝에 전시회를 열게 됐다. 작품판매 수익금과 기부금으로 북한 라진 선봉지역 탁아소 어린이들에게 이불을 선물하려 한다.

2월에 전시회를 기획할 때는 코로나가 금방 종식될 거라 생각했다. 아직 진행중이지만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치유와 보듬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 삶도 그랬지만 인생은 감정에서 시작해서 감정으로 끝나는 것 같다. 아픈 마음을 알아주고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관람객이 그림을 통해 위로 받고 좋은 취지에도 함께 하길 바란다. 연말에는 ‘자전적 심리 여행기’를 펴낼 예정이다. 전시회 주제의 연장이면서 내 삶의 지독한 상처와 치유를 솔직히 담았다. 역시 수익금은 북한 아이들을 위해 쓰일 것이다.”

편안한 미소에 담아 건넨 긴 소감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신앙간증에 가까웠다. 그래서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한 아픈 이야기들은 26일 작가와의 만남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길 권한다. 수줍은 목소리로 또 다른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연변으로 홀로 떠날 겁니다. 북한 아이들을 돕는데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이에요.”

안현옥, 그는 역시 ‘마음치유사’라는 호칭이 잘 어울린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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