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언 춘천시권투협회장…소장품 판매전
9.21~27. 5NOTE (스포츠타운길 347-9)
수익금은 의암호 유족과 지역 예술가에게

전시회가 열리는 ‘5NOTE’, 기자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멋스런 차림의 노신사가 다가왔다.

정용언, 지역 예술가들이 ‘대부’라 부르는 춘천시권투협회장이자 퇴계농공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세가온’의 전문경영인이다.

정용언 춘천시권투협회장이 의암호 유가족과 지역 예술가를 돕기 위한 소장품 판매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소장품 전시회에서 정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모아 온 회화와 도자기 30점을 의암호 희생자 유족을 돕고 지역의 어려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두 가지 뜻을 담아 판매하려고 한다. 춘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춘배·김남주·이상근·정현우 등 16명의 작품들이다.

“작품판매 등 수익금으로 의암호 유족과 지역의 어려운 예술가들을 위해 쓰려고 한다. 이후 또 다른 소장전을 준비해 지역 문화예술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예술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2년 전 한 후배의 제안으로 서현종 화가의 〈봉의섬〉을 구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계기로 지역 화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됐고, 이후 전시회도 다니고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 가족들도 응원하고 지지한다.”

‘대부’라 불리는 것에는 그저 “화가·시인·음악인들과 자주 어울리고 대소사를 챙겨주는 것 뿐”이라며 손사래 친다. 교류가 활발한 만큼 예술정책에도 관심 둘 법 하지만 “그런 건 내 능력 밖의 일이다. 그저 내 능력 안에서 예술가들에게 베풀고 살면 된다”며 욕심을 경계했다.

최근에는 시에 마음이 간다고 한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장은숙 시인의 시집 《그 여자네 국숫집》이 쉽고 담백한 게 참 좋더라. 시라는 걸 이제야 처음 읽었는데 이게 참 읽을 만 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뼛속까지 스포츠인 이기도 하다. 춘천중학교 시절엔 야구선수였으며 대학시절엔 산악부장 그리고 대한야구협회이사, 제27회 오사카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단장, 강원도 야구협회장 등을 두루 거쳤다. 예술만큼이나 지역 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사랑도 표했다.

“링에서 사력을 다해 경기를 치루고 피 흘리며 내려 온 아이들을 안아주고 쓰다듬어준다. 아이들 대부분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거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다. 그래서 마음이 더 쓰인다. 잘 먹지 못한 아이들이 다 이긴 경기를 막판에 힘이 부쳐서 지는 경우가 종 종 있었다더라. 그래서 데리고 다니며 고기도 많이 먹인다. 코로나 탓에 전국규모 권투대회가 열리지 못해 우리 아이들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자동차 룸미러에는 황금색 미니 권투글로브가 걸려있다. 학생선수들이 ‘회장할아버지’에게 준 선물이다. 

인터뷰 동안 카페를 오가는 예술가와 스포츠인들이 인사를 한다. 그때마다 계산대로 가서 그들의 커피 값을 계산해주고 자리로 돌아왔다.

“나도 힘들고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인복의 비결? 그저 받고 싶은 만큼 먼저 베풀면 된다. 편하고 행복하다. 더 욕심도 없다. 남에게 피해 안주고 지역 예술가들, 스포츠 인들과 어울리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하얗게 센 정 회장의 머리 위로 가을 햇살이 반짝였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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