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건립과 관련해 강원도청의 행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우스워지고 있다. 얼마나 더 상황이 우습게 되는지 보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몇 가지 사실을 짚어보자. 레고랜드 사업은 엄격히 말하면 최문순 지사가 보궐선거로 당선되기 전, 당시 이광재 지사 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최 지사는 2013년 10월 강원도의회 본회의에서 이 사업은 ‘강원도의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부터 거짓말이었다. 뒷날 몇 천 억이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 부적절하다거나 과하다고 할 때마다 최 지사가 입버릇처럼 내뱉은 말이 이를 인정했다. 국민이나 도민에게 유익한 사업을 할 때 필요한 기반시설비라는 설명이다. 가령 동계 올림픽을 할 때 서울에 있는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람들이 평창에 손쉽게 올 수 있도록 KTX와 같은 빠르고 편리한 철로를 까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이야기다.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지만 아니다.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이런 예산도 그 액수가 적지 않다면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른 데 더 유용한 곳에 투입해 더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돈을 여기에 써야 한다면 이만한 돈을 투입해서 어떤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자세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거짓된 말로 도의회의 승인을 얻어 사업이 시작되었으나 착(기)공식만 3번 하고 정작 본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문제의 강원도와 멀린 간 총괄개발협약(MDA)을 2018년 12월 체결하게 된다. 그간 사업의 주체는 강원도가 최대주주로 있는 특수목적 법인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이었는데 이제부터는 멀린사가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놀이시설과 호텔 등의 시설에만 1천650억 원을 투자하겠다던 계획에서 본 공사비용도 멀린이 분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본 공사 예상비용 2천600억 원 가운데 멀린이 1천800억 원, 강원도가 8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식이라 했다. 멀린이 돈을 투자한다는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면 공사의 빠른 진척을 위한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지만 ‘한 푼도 안 든다’는 이야기로부터는 많이 멀어진 협약이다. 도의 담당국장이 한 해명을 그대로 다 믿는다 해도 사업장까지 가는 도로나 항만을 조성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사업장의 기반시설을 설치해주는 데까지 나아간 모양새다.

여기서만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으나 불행히도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사업 당사자 간 비밀 유지라는 애매한 핑계를 대고 사업 심의를 해야 하는 도의원들에게까지도 협약서의 전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간의 과정을 볼 때 예견할 수 있는 결과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한 언론사의 취재과정을 통해 밝혀진 MDA 내용 가운데는 수익률이 지분율에 상응하는 30%가 아니라 3%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멀린사의 사전 합의가 없으면 도내 어느 곳에서도 ‘2∼12세 연령의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관광지가 개발 허가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도의원들이 MDA 원본을 열람하고자 했으나 도는 비밀유지각서에 서명할 경우에 한해서 열람을 허락하겠다고 했다. 도의원이 자신이 본 협약서의 어떤 내용도 도·시민이나 언론 등에 일체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주주의 사회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의문이다.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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