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기] 온라인 시대의 더불어 사는 삶
[아이와 함께 자라기] 온라인 시대의 더불어 사는 삶
  • 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 승인 2020.09.21 12: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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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올해 초 토요일마다 빽빽하던 일정들이 취소되니 덤 같은 휴일이 생겼다. 집안의 먼지를 털어내고, 수납장마다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며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비대면의 시간이 한 달을 넘으니 갑갑했다. 가정보육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없고, 긴급보육으로 등원하는 아이들의 부모들과는 현관에서 잠깐 눈인사로 만족해야했다. 

감염병 대응지침을 충실히 지키는 동안 춘천시의 확진자 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어린이집의 휴원이 해제되고, 감염예방지침을 지키며 소규모 모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입학을 하고도 등원하지 못하던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고, 부모워크숍, 인형극, 놀잇감 만들기 등 적게나마 모임을 시작하니 막혔던 숨통이 트인 듯 했다. 어린이집은 부모와 교사, 운영자가 함께 소통을 할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관이다. 서로의 양육관을 공유하고, 상업적 목적이 배제된 교육정보를 나누고, 함께 아이를 기르고, 교육한다. 그 속에서 아이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간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모임들이 다시 취소되었다. 다행히도 온라인에서나마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협동조합 안에서 같은 교육으로 운영하고 있는 작은 어린이집의 흐뭇한 소식을 들었다. 연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은 경중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가정어린이집 2월 졸업생들의 빈자리는 날이 풀리면 입학하는 0세반 아이들이 채운다. 0세반은 늦은 봄 완전하게 반구성이 되고 어린이집의 운영도 정상화된다. 올해는 달랐다. 코로나19로 어린반의 정원이 차지 않으니 재정적인 적자는 매월 늘어갔다. 물이 새는 화장실과, 그 물이 스민 바닥을 수리하느라 차입을 잡아 공사를 진행했던 터였다. 2분기 운영위원회에서 부모위원들은 차입금 상환의 어려움은 물론, 원장의 급여도 지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부모위원 중 한 분이 어린이집을 지키기 위해 이 상황을 부모들에게 공개하고, 각자 형편이 되는대로 나누어 부담하자는 의견을 냈다. 원장은 운영자로서의 책임과 부모들에게 일방적인 부담을 지울 수 없음을 말했다. 답 없는 고민을 하던 중 작년부터 운영위원으로 함께하던 부모위원이 제안했다. 

“해마다 벼룩시장을 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누었잖아요. 실은 어린이집 벼룩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천연밀랍초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참이예요. 코로나19로 실제 벼룩시장을 열긴 어려울 테니 온라인에서 벼룩시장을 열면 어떨까요? 그리고 지금은 우리 어린이집형편이 어려우니 그 수익금을 어린이집운영을 위해 후원하는 거죠. 가능하다면 어린이집에서 갖고 노는 천연소재의 놀잇감도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참석한 운영위원 전원이 동의했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어린이집 밖의 조합원들에게도 공유했고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의 반응과 참여는 뜨거웠다. 재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천을 재단하는 것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여 놀잇감을 만드는 것으로, 뜨개질로, 홍보로, 구입으로, 후기를 공유하며 구입을 독려하는 것으로…. 서로를 대면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 모든 일들은 온라인에서 진행되었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선물을 핑계로,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한다는 구실로 주문이 늘어갔다. 소식을 들은 졸업생의 가정에서도 주문했다. 익명의 후원자 까지 생겼다. 놀잇감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여럿이 모일 수 없으니 서넛이 마스크를 하고 저녁에 모였다. 바느질 하느라 잠 때를 놓치고, 주말이면 온종일 놀잇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격려로 전해졌다. 놀잇감의 주문은 놀랄 만큼 많았고, 벼룩시장답게 작아진 아이의 옷과 용품, 사용하지 않는 물품도 판매되었다. 벌써 필요금액의 반이나 모아졌다는 것이 통장담당 부모운영위원의 귀띔이다. 금액과 상관없이 하나로 동참하는 서로의 모습에 들뜨고 기뻐했다. 어린이집의 재정적 위기는 극복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언제, 얼마나 오래 비대면의 일상을 살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시대보다 발달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를 연결할 수 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손잡을 수 없어도 같은 뜻과 의지를 가진 우리의 마음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인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며 이 시대에 맞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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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 아부지 2020-09-26 13:39:02
마음이 따뜻합니다.
아직은 많이 살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