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독자 여러분 중 ‘춘삼이와 반려동물 이야기’ 코너를 읽다가 반려견을 키우게 됐거나, 키우기로 결심한 분이 계시다면 먼저 사죄를 드려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동안 춘삼이를 통해 유대, 감동, 행복 등 긍정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춘삼이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다. 

며칠 전 써야할 기사가 많아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히 현관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가는데 발바닥에 뭔가 미끌거리는 것이 밟혔다. ‘이게 뭐지’ 하면서 손으로 만져보니 솜이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는데 역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거실 불을 ‘딸깍’하고 켜보니… 아! 곰인형 하나가 무참히 물어 뜯겨있는 게 아닌가. 춘삼이란 놈의 만행이었다. 곰인형은 형체를 알아 볼 수도 없게 솜이 모두 빠져 너덜거리는 상태로 팽개쳐져 있었고 거실은 온통 솜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빗자루를 들고 솜을 쓸기 시작했다. 한없이 가벼운 솜들은 나풀거리며 소파 밑이며, 냉장고 밑이며 집안 구석구석을 온통 날아다녔다. 춘삼이는 청소하는 내내 속도 모르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웃을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아이고, 춘삼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니 혹시 반려견을 키우려는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그.럼.에.도.불.구.하.고. 함께 지낼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해보실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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