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리 한우 전문점 ‘견우성’

기나긴 장마가 지나고 파란 하늘에는 아름답게 수를 놓은 듯 하얀 새털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청명한 날씨에 어느덧 가을이 깊어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낮에는 한 여름이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감돌아 따끈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이 때 제격인 음식이 있다. 얼큰하고 구수한 한우육개장이다. 거두리 한쪽 끝 깊숙이 자리한 한우 고깃집 견우성에는 그런 육개장이 있다.

거두리 먹자골목을 지나 끝자락에 위치한 한우 암소고기 전문점 견우성은 별도의 주차장이 없긴 하지만 눈치껏 주차를 할 수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주력 음식은 한우 암소고기 등심, 갈비살, 제비추리, 육회이지만 점심에는 한정판으로 육개장을 판매하고 있다. 깔끔하고 아담하게 인테리어를 한 실내에는 입구부터 복도 양쪽으로 7개의 개별 룸이 자리하고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19에도 상관없이 오붓하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자리가 제공 된다. 메뉴는 고를 필요가 없다. 점심에는 오롯이 육개장만 판매한다. 

마치 단체 급식을 할 때와 같이 1인 1 쟁반으로 배식이 되지만 음식의 맛과 음식을 담은 그릇의 기품 등으로 고급한 이미지가 연출되고 있는 ‘견우성’의 육개장 식반

식사가 주문되면 밥과 육개장, 반찬을 얹은 나무 쟁반이 제공된다. 마치 단체 배식을 하는 느낌이 들지만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깔끔함으로 신선하게 와 닿기도 한다. 어쩌면 물리적 거리를 강조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꼭 알맞은 건강한 배식이 아닐까 싶다. 육개장에 밥 한 공기, 반찬 3가지가 전부 임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매진이 되고 있다. 하루에 단 50 그릇만 판매하면서 최상의 질을 유지하려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실제로 조촐한 상차림에도 불구하고 첫 눈에 정말 맛있는 육개장이 눈앞에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커다란 대접에 육개장이 온갖 나물을 안고 빨간 자태를 드러내면 미각에 앞서 후각과 시각이 먼저 즐거움을 느낀다.

한우 육개장은 옛날 맛으로 고기는 갈비 살과 양지를 사용하며 고사리와 대파가 듬뿍 들어있다. 육수는 당연히 사골육수를 푹 고아 내서 구수하다. 수입 소고기로 만든 육개장과는 확연히 다른 맛을 선사한다. 춘천에서 이런 한우 육개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고맙고 감사한 행복이다. 

푸른 나무숲 속에 자리한 듯한 느낌을 주도록 조경을 한 ‘견우성’의 전경

견우성의 육개장은 맛도 일품이지만 주 음식이 담긴 그릇이 모두 귀티 나는 유기라 더 기품이 있어 보인다. 막 지은 밥은 뚜껑이 얌전히 닫힌 놋그릇 밥공기에서 자태를 드러내고 밥과 국 앞에 가지런히 놓인 깍두기, 연 두부 샐러드, 미역무침 세 가지 반찬은 질그릇에 담겨서 정감 있게 나온다. 반찬은 계절에 따라 제철 음식으로 대체된다.

견우성은 매주 일요일 쉬고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육개장을 먹으려면 12시 반 전에는 가야 한다. 선선한 가을날에 석사 천을 산책하고 따끈한 한우 옛날식 육개장을 먹으면 무한 행복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내면 춘천순환로 72번길 33-18 / 전화 261-8201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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