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명예로 곳간 채울 때, 이름은 떳떳하다
[기자의 눈] 명예로 곳간 채울 때, 이름은 떳떳하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0.09.28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일 기자

사회의 모든 영역이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 그래서 각 분야의 자본도 영역을 넘어 통용되고 영향을 미친다.

‘이름’이 자본인 시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일들을 접했다. 우선 제1야당의 당명 교체이다. 미래통합당이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교체했다. 지지자들은 당연히 좋게 평가했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막말로 얼룩진 지난 시간을 덮기 위한 간판 바꾸기라 평했다.

‘국민의 힘’은 탄핵을 거치며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3년 후에는 미래통합당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21대 총선 참패 후 암중모색 끝에 당명을 바꾸며 혁신을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말’과 동일시되고 드러내어 지지받지 못하는 당의 이름은 정치자본의 몰락이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많은 정당들이 이름을 바꿔가며 떳떳한 상징자본으로의 부활을 꾀했다.

눈을 돌려 지역을 바라보니, 영광스런 이름을 이어가기 위한 정반대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문학의 큰 이름 ‘김유정’문학상 운영을 두고 시정부(김유정문학촌)와 대립하던 기념사업회가 올 해 시상을 강행하자 갈등이 폭발했다. 

‘김유정’은 춘천의 문화자본이다. 누구든지 ‘김유정’이라는 이름아래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문학상 앞에 ‘김유정’이 붙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김유정‘문학상’은 춘천의 문화자본이자 수상 작가의 예술적 지위를 높이는 고도의 상징자본이기 때문이다.

문예연감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문학상 개수는 238개. 생소한 것도 있고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도 있다. 후자는 한국문학의 큰 이름을 딴 문학상들이다. 김유정문학상도 그렇다. 

상을 주는 곳, 받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들 어느 한곳에서 잡음이 생기면 상징자본으로서 상의 권위는 추락한다. 정당의 이름처럼 바꿀 수도 없다. ‘김유정문학상’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이유다.

막말로 가득 찬 곳간을 비워 혁신으로 채우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새로운 당명은 정치적 상징자본으로 부활할 것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문화자본이자 상징자본인 ‘김유정’문학상을 바로 지키는 것도 다르지 않다. 

우선 국내외 주요 문학상의 공과로부터 배워보자. 한 곳은 빈 곳간을 명예로 채웠고 다른 곳은 잇속을 채우려다 명성에 흠이 생겼다.

‘콩쿠르상’은 《인간의 조건》 등 수많은 고전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노벨상·맨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지만 상금이 고작 10유로(약 1만3천 원)이다. 공기업의 후원이 없어도 상금이 적어도 상의 권위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또 한 곳, ‘이상문학상’은 출판사가 저작권을 3년간 갖는다는 게 문제가 되어 작가들이 수상을 거부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올 해 수상작을 내지 않았다. 문학상의 기본이 작가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오랫동안 지켜온 ‘김유정문학상’ 운영규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당명과 문학상의 이름이 떳떳한 이름으로 오래갈지는 곳간을 채우는 사람의 태도에 달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