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림 (호반초등학교 교사)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일주일에 4일 학교에 오는 우리 호반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밖에 나가 줄넘기해도 돼요?’, ‘선생님, 숲에 언제 가요?’, ‘운동장에 나가고 싶어요’, ‘그네 타도 돼요?’ 등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호반초등학교는 강원행복더하기학교(우리가 흔히 말하는 강원도형 혁신학교)이다.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바탕으로 담임교사는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념하고, 교육공동체가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학교문화가 자리 잡힌 학교이다. 그런데 내년에 개교할 퇴계초중학교를 두고 학력이 떨어진다며 강원행복더하기학교 지정을 반대한다는 학부모의 민원이 있다고 한다.

교사 중심의 일방적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수업, 교사의 목소리 보다는 학생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활기찬 수업을 하는 학교를 학부모들은 왜 반대할까? 오히려 학생 수가 1천여 명이 되어 교실이 모자라고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보다 많다고, 학교 운동장이 작아 아이들이 충분히 뛰어놀 수 없다고, 유·초·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는 급식소가 작고 불편하다고 호소하면서 스포츠클럽이나 동아리 활동 등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체육관이나 특별실을 좀 더 충분히 마련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으면 좋겠다. 학교 교육 현장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공동체가 함께 소통하고 만들어가며 평가·반영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다. 학부모회가 주체가 되어 학교 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학부모 연수 등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더라’는 막연한 이유로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예전에는 학교를 개교할 때 교육청에서 학교를 짓고 교사들은 발령이 나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새 학교로 갔지만, 요즘에는 개교 1~2년 전에 현장 교사들을 중심으로 개교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새로 개교할 학교의 교육과정,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나 공간 인테리어, 비품, 자료 등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할 뿐만 아니라 이들 교사가 그 학교에 발령이 나기도 한다. 2019년 개교한 원주 섬강초, 올해 개교한 강릉 유천초가 그 예다.

학교는 아이들이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경험을 통해 배우는 곳이다. ‘관계’와 ‘공동체’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따라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이, 그리고 나아가 학교 전체의 운영이 민주적일 때 민주시민의 소양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 이런 학교문화가 만들어질 때 공교육이 추구하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교사들은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해 질 높은 수업을 만들고 삶과 실천 속에서 다시 학습하며 전문성을 키운다.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학교의 모습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 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공동체는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를 채워주고 변화하면서 성장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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