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따금 개들이 집안의 물건을 물어뜯는 통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개들이 물건을 물어뜯는 이유로는 주로 이갈이나 스트레스가 지목되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그냥’이다. 개들은 원래 물어뜯으며 놀고 배운다. 즉 개니까 물어뜯는 것이다.

개마다 선호하는 물건이 정해지기도 하는데(구린내가 나는 신발 따위) 춘삼이의 경우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주 타깃이다. 장남감은 강도가 지나치게 단단하지도 않고 형태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뜯을 맛이 나는 모양이었다.

춘삼이의 습격으로 왼쪽 다리를 잃은 ‘헐크’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춘삼이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손을 뻗어 “내 다리 내놔~”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만 문제는 소중하게 아끼던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들이었다. 특히 둘째는 자동차, 로봇, 인형 등이 파괴될 때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춘삼이를 원망하는 통해 몇 번이나 곤혹을 치러야 했다.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개껌을 사서 줘 봤지만 잠시 관심을 보일뿐 장난감을 물어뜯는 버릇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는 ‘헐크’마저 춘삼이에게 당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니 ‘헐크’가 왼쪽 다리를 잃고 처참하게 쓰러져 있었다. 둘째가 꽤나 아끼는 장난감이었기 때문에 슬쩍 책상 서랍 속에 감추고 모른 체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직은 들키지 않고 있지만 모두가 잠든 밤이면 어쩐지 서랍 속에서 무시무시한 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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