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고대인에게 과학이고 종교이며, 현대인에겐 상상의 원천이다”

‘2020춘천인문학교’ 5번째 강좌 ‘신화 속에 나타난 인간의 탄생’에서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유강하 교수가 전한 말이다.

인간은 신화를 통해 질문하고 답을 구한다. 그리고 그 답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 나은 존재로 고양시킨다. 신화는 우주창조신화·기원신화·인류의 시작·건국신화 네 가지로  분류 된다. 이날 강의는 동양신화 특히 중국 소수민족의 신화가 전하는 세상의 창조, 질서의 시작, 인류의 시작, 징벌을 통한 세상의 재구성 등이 소개됐다.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유강하 교수가 인간을 위해 역병의 씨앗을 삼켜버린 ‘대흑천신’을 소개하고 있다.

세상의 시작을 들려주는 신화들은 공통적으로 신의 육신에서 세상이 시작됐다 말한다. ‘반고신화’가 대표적이다.

혼돈의 시대, 알을 깨고 나온 최초의 인간 반고는 1만 8천 년 동안 다리로는 땅을 지탱하고 팔로는 하늘을 떠 받들었다. 반고가 죽은 후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우레, 눈은 해와 달이 됐으며 손·발·몸은 높고 낮은 산이 됐다.

이 밖에 사슴형상을 한 신의 육체로부터 세상이 시작되거나(푸미족), 거인 신 구미야와 아이들이 무소의 육신으로 세상을 만들거나(지눠족), 금물고기로부터 세상이 만들어지는(하니족) 등 신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신화는 세상의 질서가 잡혀가는 과정을 해와 달의 출현으로 상징한다.

리족의 신화에서는 신이 일곱 개의 해와 일곱 개의 달을 향해 활을 쏘아 각 하나씩만 남겼다고 전한다. 이 외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한국·몽골·일본), 호랑이의 두 눈(이족), 흰 돌멩이와 붉은 돌멩이(라후족), 흰 차와 붉은 차 열매(더앙족)가 해와 달이 됐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질서가 잡히자 다음으로 인간이 출현한다. 여신에 의한 창조(한족·하싸커족· 어룬춘족·두롱족·이족)와 혼인을 통한 인류의 번창(푸미족·아창족)으로 나뉜다. 

다음으로는 동서양 공통으로 신이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을 벌하고 세계를 정화하는 홍수신화를 소개했다. 길가메시 서사시, 나시족의 홍수신화, 한국의 장자못 설화 등이 대표적이다.

강연 중에 동서양 여러 신화들에 유사하게 등장하는 존재와 사건·명칭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짧은 시간 때문에 그 이유까지 들을 수는 없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흥미로운 공부거리가 생겼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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