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17번째 절기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 한로는 양력 10월 8~9일 무렵이다. 《고려사》에서 한로 관련 기록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고 기록돼 있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한로는 24절기 중 17번째 절기로 양력 10월 8~9일 무렵이다.

한로는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다.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옛 시구에 자주 쓰였다. 선조들은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중양절이 양의 수인 9가 두 번 겹치는 날이고, 수유열매의 붉은 자줏빛이 양의 색으로 잡귀를 쫓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로와 상강 무렵에 서민들은 시식으로 추어탕을 즐겼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하였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라고 했다.

기러기를 비롯한 겨울 철새들도 찾아온다. 반면 여름 철새들은 강남으로 간다. 이래서 ‘메뚜기도 한철’과 비슷한 의미로 “제비도 한로 지나면 남으로 간다”, “제비는 청명부터 한로까지다”라는 말이 나왔다. 또 농가의 속담으로는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파종한다)”라는 말이 있다. 한로에서 상강 시절이 보리를 이모작 하기 좋은 철이라는 의미이다.

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