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만, 김영섭 전교조 복직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법적 지위를 회복함에 따라( (《춘천사람들》 9월 7일자 2면) 해직교사들이 교육현장으로 복귀했다. 이들은 전교조가 2013년 법외노조가 된 뒤로 조직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임활동을 이어갔던 34명의 교사들이다. 강원도에서는 김원만(소양초등학교), 김영섭(남춘천여중) 교사가 지난 9월 17일 도교육청으로부터 복직 발령을 받았다.

두 교사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

김원만(가원데 왼쪽)·김영섭 교사가 지난 9월 21일 소양초등학교에서 복직을 축하받고 있다.

복직을 축하한다. 지난 시절 어떤 활동을 했는가?

김원만

소양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2015년에 전교조강원지부장으로 전교조 전임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에 해직교사가 됐다. 2017~18년에는 전교조 정책실장으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는 ‘전교조해고자 원직복직투쟁위원회’에서 복직을 위해 투쟁해왔다. 

김영섭

남춘천여자중학교에서 근무하다 2015~16년에 전교조강원지부 사무처장, 2017~18년에는 지부장, 2019년부터 현재는 민주노총강원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학교로 돌아온 소감은?

김원만

오랜만에 마주한 학교현장이 낯설고 어색했다. 교사들은 원격수업으로 정신없이 바쁜데 정작 학생들은 없는 상황 말이다. 지난 9월말 잠시 소양초등학교에 출근했다가 다시 휴직하게 됐다.

초등학교 과정은 담임교사 또는 교과전담교사 둘 중 하나를 맡아야하는데 이미 모든 업무와 교육과정이 세밀하게 짜여있어서 바로 일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내년에 인사자문위가 열리고 내 역할이 정해지면 다시 교단에 설 것이다. 희망은 담임교사이다.

김영섭

마음은 학교에 가있지만 민노총강원지부장 임기가 올 해까지여서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우선 맡은 일을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2016년 3월에 직권면직 됐으니 정말 오래 떠나있었다. 꿈꾸고 바라던 학교로 돌아가게 되어 기쁘고 설레지만 두려움도 크다. 역사교사인데 가르치는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코로나시대 변화된 교육환경에 잘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게다가 학생들의 정서도 많이 변해서 아이들과 잘 호흡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 

김원만 교사는 내년에 소양초등학교 교단에 다시 설 계획이다.

법외노조·직권면직 등 등, 잘 모르는 시민도 있다. 그간의 상황을 들려 달라.

김영섭

긴 싸움의 시작은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률상 노조가 아님’(법외노조)이라고 팩스 한 장으로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해직된 교사 9명이 가입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9명의 해직교사들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미국산소고기 수입반대촛불집회 등의 배후에 전교조가 있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본격적으로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다.

김원만

그 연장선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전교조 교사 9명을 해직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직자를 명분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만들기에 착수한 거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가 있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게 전말이다.

지난 9월 대법원의 판결은 이것이 위법하다는 것이고, 법외노조 통보 이후에 전교조 전임활동을 이유로 해직된 34명의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된 것은 그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부정할 수 없는 전교조의 공을 꼽아 달라.

김원만

무상급식 등 각 도교육감들의 보편적 교육복지정책의 뿌리는 전교조로부터 비롯됐다. 요즘에 무상급식에 대해 색깔론 펼치는 사람 있는가?

또 예전의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 봐 학교와 교사에게 입도 뻥긋 못했다. 요즘엔 그렇지 않다. 학교가 민주적 공간으로 변화했다는 건 그들도 부정할 수 없다. 학부모가 촌지를 주거나 학교에 가서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특혜와 차별이 벌어지는 낡은 악습도 사라졌다. 특히 인사자문위원회 등 학교 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견인한데 공헌이 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로부터 피해를 보았는데 왜 현 정부에게 사과를 요구하냐고 묻는 시민들도 있다. 뭐라 답하겠는가?

김영섭

고용노동부의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된 일이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 현 정부 고용노동부가 행정취소를 했으면 훨씬 빨리 해결 될 수 있었다. 그게 아쉽다는 말이다. 

김원만

현 정부에게 요구했고 또 약속받았던 교육 적폐 청산 3가지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교원 성과급폐지’, ‘교원평가제 폐지’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때까지 미루었고 남은 두 가지는 답이 없다. 촛불이 힘을 주었을 때 왜 하지 못했냐, 왜 보수진영의 눈치만 보냐고 비판하는 거다.

김영섭

더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서도 전교조는 전교조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김영섭 교사는 민주노총강원지부장 임기를 마치고 내년에 남춘천여중 교단에 설 계획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개선되어야 할 점들은 무언가? 

김영섭

앞서 말한 것 말고도 ‘학생회의’와 ‘교사회’ 나아가 ‘교직원회’ 등 학교 내 민주적 제도가 법으로 보장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가 크다. 학생인권조례도 그렇고 학생들을 정치세력화 한다고 호도하고 있다. 

김원만

교장선출보직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 교장과 교감이 수업도 행정업무도 안하는 현실이다. 교사와 교육주체들이 직접 교장을 뽑아야 한다. 이것 말고도 정말 많다. 

코로나시대 교육정책도 수정이 필요하다. 온라인수업만 강조하고 있어서 교육격차가 늘어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교사를 늘이고 학급별 학생 수를 줄여서 대면교육을 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내년에 강원지역 교사가 약 300명 줄어든다. 이는 교사배정을 학급 수에 따라 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작은 학교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가족들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김원만

아내들이 생계를 책임졌고 그에 더해 전교조에서 생계비를 지원해줘서 버텼다. 이번 판결로 국가로부터 그 돈을 받아 조직에 돌려주려 한다.

전교조 지부장이 될 때 가족 모두 지지해 줬다. 2016년 해직됐을 때는 고교생 두 딸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잘 버텨줘서 고맙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겪어서 그런지 대학생이 된 딸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김영섭

가족들이 힘든 내색하지 않고 잘 견뎠다. 아들은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당당히 ‘해직교사’라 적었었다. 이제는 그런 걸 적는 일이 사라졌지만 혹시 누가 묻는다면 이제 중학교 교사라 말하라고 시켰다.(웃음)

어떤 교사가 되고 싶나?

김원만

고교생이 된 제자들이 축하연락을 해왔다. 헛살지 않은 거 같다. 할 일이 많다. 학교 구성원들이 보다 행복하고 인권을 존중받고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드는데 힘쓰겠다. 

변화된 교육과정을 잘 파악해서 수업준비도 잘하겠다. 요즘 초등학교 교육이 많이 바뀌어서 토론과 놀이가 중요해졌다. 온라인 수업은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조직 활동을 오래하면서 화상프로그램사용에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년이 정말 기다려진다.

김영섭

나 역시 대학생이 된 제자들로부터 축하전화가 왔다.(웃음) 아이들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교사들과 관계는 염려 없다. 오래전에는 전교조·비전교조 교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도 있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복직 후 만나게 될 급식 조리원·돌봄전담사·보안관 등 비정규직 학교노동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 우리는 이렇게 돌아왔는데 그 분들은 여전히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그분들의 인권도 소홀히 하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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