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인’임을 시정 제일의 가치로 내건 춘천시가 최근 진행했거나 하고 있는 두 개의 사건은 춘천시정의 시민주도성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로 보인다. 4~8월까지 마을 의제 제안을 받고 9월 1일부터 15일까지 최종 사업선정을 위한 온라인 투표를 시행했던 주민총회가 그 중 하나의 사건이다. 마을 의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찾아가는 주민의제 발굴’단을, 온라인 투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찾아가는 주민투표’단을 운영해 주민들이 쉽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다른 하나의 사건은 정책박람회다. 오는 1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시청 홈페이지의 ‘봄의 대화’)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오프라인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자 기획되었다. 올해도 정책 포럼과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이 다양한 형태로 정책제안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비단 이 두 행사만은 아니다. ‘시민이 주인’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재수 시장의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춘천시는 그간 시민이 주도적으로 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이 시장의 임기가 시작되던 해에 시민주권활성화조례를 제정했는가 하면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 출연기관형태의 ‘마을자치지원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세대별 정책을 당사자 세대가 제안하고 가꿔가도록 하기 위한 ‘청년청’, ‘지혜의 숲(어르신 정책)’을 만들었는가 하면 어린이도 놀이터의 기획 단계에 설문조사응답자와 토론자로 참여시켰다. 농촌의 비중이 적지 않은 춘천시의 특징을 반영하여 ‘농업회의소’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한 국가의 생명줄이라 할 농업을 제대로 보전하기 위해 농업인 주도의 농정을 펴나가게 할 대의기구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다. 10월에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11월에 창립총회를 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지역 내 5인 이상 모임을 마을 공동체로 규정하여 자기주도적인 사업을 일궈나갈 수 있도록 한 조치도 획기적이다.

가시적인 제도만 나열해도 이 정도이니 가히 어마어마한 변화가 내부적으로 일어났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춘천이 내가 주인인 고장이라고 생각하는 엄청난 자부심과 애향심이 솟아 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시민이 주인인 도시’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주민총회 투표결과를 집계해 최종 선정된 사업안이 그 근거다. 더 멋진 도시의 건설을 위해서는 주민도 시정부도 조금은 더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관변 성격이 강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 참여 성격이 강한 주민자치회로 먼저 전환한 9개의 동에서 주민총회를 통해 확정한 20개 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 조성과 같은 경관 개선 사업이 각 동에 하나씩 있을 정도로 중심을 이루고 있다. 동네잔치와 같은 축제도 다수의 동네에서 제안됐다. 다 필요한 일이고 결과가 좋다면 춘천시민 모두가 즐거워할 일이긴 하다. 하지만 구태의연하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외형적인 것만이 아니라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랄지, 물질만능이나 승자독식의 문명을 대전환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함께 만들어간다든지 하는 사업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춘천시민도, 춘천시 공무원도 더 많은 지혜와 교양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런 기회와 채널을 춘천시가 더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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