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동물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사람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는 개들이 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이 놀라운 개들은 여러 장의 단어 카드 중 주인이 말하는 카드를 정확히 물어오기도 하고, 다소 복잡한 산수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개들은 정말 인간의 말을 이해했던 것일까?

20세기 초 비교진화심리학의 권위자 중 한 명인 칼 존 워든 교수는 ‘펠로’라는 이름의 셰퍼드를 통에 이러한 능력의 비밀을 밝혀냈다. 펠로는 주인의 명령을 완벽히 이해하고 행동하는 듯 보였고 심지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외국어로 명령을 할 때에도 명령을 수행해냈다. 면밀한 관찰을 통해 칼 교수는 펠로가 주인의 미묘한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시선이었다. 펠로의 주인은 명령을 내리면서 무의식적으로 목표물을 힐끗 쳐다보곤 했는데 펠로는 이러한 신호를 알아차린 것이다. 실제로 등을 돌린 경우나 해가 졌을 때에는 주인의 복잡한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다.

이러한 점은 개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말을 이해한다기보다는 몸짓, 눈짓, 표정, 목소리의 톤 등을 종합해 교묘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반려견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총체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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