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화동396 청년창업지원센터 조한솔 센터장

P6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찾아 철도 밑 주차장에 세우니 다리 기둥에 P6가 새겨져 있었다 한다. 청년창업공간에 P6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대번에 알게 됐다. 이 지역을 아니 변화된 이곳을 처음 방문해 본다. 춘천역과 남춘천역 사이 교각 아래 위치한 예술과 창업의 열정을 가진 청년들의 보금자리. 센터지기 조한솔 팀장을 만나 보았다. 

근화동396 청년창업지원센터 조한솔 센터장       사진=김남순 시민기자

센터지기로 오게 된 여정

관심

서울 살다 한림대학교로 진학하면서 춘천살이가 벌써 15년차네요. 점수가 아닌 관심으로 사회복지를 택했는데 실습 때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2010년에 발생한 사건인데요. 100일 간 한 영구임대 아파트 주민 중 6명이 자살을 했어요. 일을 하게 되면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로 제도적인 문제점을 알게 됐습니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사회학과 교수님 추천으로 프랑스 교환학생을 다녀왔어요.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등에 관한 관심이 생겼어요. 사회복지에서는 형평성을, 경제학은 효율성에 대해 배워요. 두 분야 다 정답을 얘기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는 사회운동 개념으로 접근하는데 프랑스는 경제 분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됐어요. 이미 프랑스에서 협동조합은 일상화되어 있는 경제더라고요.

‘동네방네협동조합’

2012년 3월에 사회적육성사업으로 신청해서 창업한 팀이에요. 지역활성화에 대한 고민으로 처음에는 공정여행을 시작했어요. 여행의 잘못된 구조를 개선해서 그 지역에 이익을 가장 많이 남기고 오는 개념으로 접근했죠. 그런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비즈니스와 가치가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경험이에요. 굳이 공정 타이틀을 안 붙여도 여행객들은 지역 브랜드와 가치를 이용하더라고요. 그러다 2002년 터미널 이전으로 문을 닫았던 비선여인숙을 ‘봄엔 게스트하우스’로 변경 운영하게 됐어요. 그 당시 숙박업소 30여 개 가운데 절반은 문 닫고 달세방으로 운영되고 있었거든요. 주변 상권들이 무너진 것은 당연했고요. 14~17년도까지 1년에 5천 명 정도 방문했어요. 17년 이후 게스트하우스가 40개 정도 생기니 방문객이 많이 줄어들었고요. 다시 ‘다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동네방네 경험이 지역활성화 대안으로 필요한 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법인 자격으로 센터에 왔습니다.

봄엔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크 파티

담겨진 많은 것들 나누기

만남

동네방네에서 많이 배웠죠. 창업을 빙자해서 제가 많이 학습한 것 같아요. 전국 다니면서  청년들 만나 이야기 하고 저희끼리 해외탐방도 가고 함께 고민하고요. 운이 좋았어요. 2010년 초반이 청년 창업 붐이 일기 시작했고 동그라미 재단 지역혁신 과제로 지원해서 공사비 도 지원받고요. 청년해외탐방프로그램을 지원해서 일본 항만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요코하마 쪽방촌에서 한 달 정도 살기도 했어요. 사회적으로 고립된 곳을 일본 한 청년이 해외 여행자들의 숙소인 호스텔로 바꾸면서 변화를 이뤄 냈거든요. 그 청년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곳에서 지역문제에 관심 있는 전국의 청년들을 만나 지금까지 교류하고 있어요. 

나의 무기-물멧돌

기획력입니다. 기획에 관심이 많아요. 항상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고민들이 풀어진  사업을 하고 있어요. 저의 모든 활동들이 기획에서 출발하는 것 같거든요. 아이들에게 혁신이라는 가치는 무엇일까? 하며 고민하다 혁신파크 조성할 때 창고였던 건물 벽에 물감을 던져 낙서를 했어요. 작은 시도였지만 초등생들에게 기준과 경험치를 넘어서는 혁신의 재미를 나눈 것 같아요. 이런 시도들이 기획에서 시작해요. 

넘침으로 나누기

나누기보다는 아직 더 담고 있습니다(하하하). 너무 재미있으니까 ‘동네방네’에 다 쏟은 것 같아요. 39세까지 청년인데 저는 유부남인지라 지금은 가정에도 관심을 쏟아야 하니(하하하). 청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받거나 희석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못해도 망해도 청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망한 것 중 일부분만 책임지라는 청년에 대한 혜택의 시선이 좋지는 않습니다.

2020년 9월 근화동396 마켓

어른들과는 다른 미래

변화에 대한 고민

개인적으로 계속 방황이긴 합니다. 센터가 기업은 아니고 공공의 개념이잖아요. ‘동네방네’와 센터. 지속가능한 기업과 공공의 가치를 조화롭게 균형 잡을 수 있도록 말이죠. 지금까지 관심 있는 여러 가지를 경험해봤는데 이제는 전문분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답이 없는 얘기입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해석을 빨리 끝내고 선택해야 할 때인 거죠. 아직도 부모님은 제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시거든요(하하하).

요즘 어른들에게

청년들에게 공정이 화두예요. 청년들이 그 지역에 살고 싶어도 머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코드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문제들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성과점수(청년들은 빵점이거든요.) 하나의 장벽일 수 있어요. 청년들이기에 실패해도 좋다는 굴레로 경험을 강요하기보다는 함께 장벽들을 없애 보는 접근이 필요해요. 기회의 평등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어른들에게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요. 영화 <인턴>처럼 어른들과 청년들의 환상적인 조합을 꿈꿔보기도 합니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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