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옥 (인문치유상담사)

얼마 전부터 나는 발달장애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는데 그들 중 한 아이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애가 있는 여러 친구 중 그 친구는 뇌의 병으로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신체적 발달은 정상의 수준이기에 가끔 이 친구와 활동을 하다 보면 ‘나를 무시하나? 왜 내 말을 따르지 않지?’ 하며 나 자신이 화가 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이 친구와 만난 지 이 주 정도 되었을 때 자신의 가방을 내게 보라며 건네주었다. 가방 안을 본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가방 안에는 많은 양의 약들이 있었다. 얼핏 발달장애 아이들이 대부분 약을 먹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았을 때 이 친구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오해가 한순간에 해결되었다. 그동안 이 친구에게 말은 안 했지만, 활동 안에서 나에 대해 무시하는 행동이라 추측해 속으로 화를 냈던 일들이 떠오르며 많이 미안했다. 

가끔 비폭력대화특강을 할 때가 있다. 특강을 하며 이 짧은 시간 안에서 그래도 꼭 알고 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질문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많은 참여자가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아서 힘들어요.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 방법은 있다. 상대방이 암호로 하는 말을 해독하는 것이다. 그 말을 하는 그의 느낌과 욕구가 무엇일까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보통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암호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욕구)이 충족되었다면 고마움의 표현을, 자신이 원하는 것(욕구)이 충족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신을 자책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렇게나 과격한 표현을 하는 것은 ‘내가 이렇게 아프니 나를 도와줘’인데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니 그것을 암호로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의 이야기이다. 얼마나 힘든지를 자신만의 암호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은 욕구의 충족 여부에 따라 ‘고마워’,아니면 ‘제발 도와줘’이다.

어떤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이렇게 말한다. “가족들이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때 이 사람의 느낌과 욕구는 무엇일까?

추측된 느낌: 불안함, 외로움, 슬픔, 절망스러움, 쓸쓸함

추측된 욕구: 도움, 이해, 수용, 배려, 안전, 사랑, 공동체

일 수 있다. 가족인 나에 대한 비난처럼 들리지만, 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불안하고 슬픈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지를 표현한 것이다. 도와달라는 이야기일 수 있다.

위의 이야기를 듣고 비폭력대화로 공감해 준다면 “네가 이 일로 인해 불안하고 슬프다는 거야…? 내가 뭔가 해주었으면 하니…?”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상대가 “그것이 아니야 나를 이해만 해달라는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말에 따라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우리가 대화할 때 나는 나의 욕구를 존중하고 그만큼 상대의 욕구도 존중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화의 자리에 있으면 된다. 그리고 상대의 표현을 듣고 또한 그 뒤의 욕구도 들여다보자. 그의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