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도민의 거리, 도와 시민의 거리, 국가와 시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어떤 거리여야 이상적일까? 최근 국정 감사장에서 최문순 지사가 한 대답을 되새겨보면 행정 단위와 그 단위에 소속된 개인의 관계에 대해 무한 질문을 하게 된다. 

문제가 된 질의와 대답은 레고랜드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내년 7월에도 (레고랜드) 개장이 안 되면 어떤 책임을 지겠느냐”고 하자 “수차례 개장 연기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임기도 다 끝나 가는데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어떻게든 책임지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전 국민에게 알려지자 강원도와 춘천시의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는 ‘거짓말’, ‘기만’, ‘위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도덕성을 질타했고 정의당 강원도당에서는 무성의한 최 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춘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연대체인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레고랜드를 멈추지 못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느냐는 새로운 의혹을 공공연히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레고랜드 문제는 최 지사가 초선 시절 도의회에 나가서 ‘강원도의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할 때부터 과장되거나 거짓이었다. 지금 최 지사가 수세에 몰릴 때마다 하는 이야기처럼 인프라를 까는 일에 강원도와 춘천시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시작한 후에도 애초의 계획보다 많은 돈을 조성해 부어야 했고 급기야는 이익률을 낮추면서까지 기업에게 굽신거려야 했다. 정말 ‘말 못할 사정’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의심은 가지만 제발 권력형 비리가 아니기를 기원할 뿐이다.

레고랜드 사업을 접하면서 도와 시민의 거리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이 사업을 도가 아니라 시에서 진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에 있다. 시보다 더 가까운 민원 창구로 읍·면·동과 통·리가 있지만 여기에는 의회가 없듯이 예산 등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 결국 예산권이 있어 독자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할 수 있으면서 가장 시민에게 가까이 가 있는 행정단위는 시·군·구이다. 시민들이 생각할 때도 도나 국가는 문제를 따져보려고 해도 너무 멀리 있어 보인다. 도가 레고랜드와 같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따지려 달려드는 사람의 존재감을 피부로 느낄 수 없었던 데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매일 민원인이 찾아와서 고함도 치고 칭찬도 한다면 이렇듯 엉터리 같은 일을 애초에 시작도 못했거나 했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수정을 진작에 했을 것이다.

거리가 멀 경우 감시와 견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져 불합리한 사업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대안은 두 가지다. 거리를 줄이거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제거해버리는 방안이다. 거리를 줄이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는 생각에 광역자치단체의 무용론을 제기하면 분권과 자치를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는 중앙 정부와의 협상력을 위해서는 규모가 필요하다며 반박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레고랜드와 같은 사업을 밀어붙이는 광역자치단체라면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 수 없다면 권한을 대폭 축소해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조정과 통합 기능만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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