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18번째 절기 상강(霜降)

기상청이 지난 15일 북춘천에서 유인관측소 중 전국 최초로 서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인관측소가 있는 지역은 춘천, 서울, 인천, 수원, 서산, 청주, 포항, 전주, 울산, 광주, 부산, 목포, 여수, 강릉 등 23곳이다. 상강은 이름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이다. 양력으로 10월 23일 또는 10월 24일경에 해당한다.

상강에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때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때문에 국화주, 국화전, 화채 등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철 음식으로는 추어탕, 무 홍시채, 생강차, 호박죽, 햅쌀밥, 약밥, 토란, 고구마, 달걀찜, 잡곡, 은행 등이 있다.

농사력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기에 겨울맞이를 시작해야 한다. 권문해의 ‘초간선생문집’을 보면 상강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상강 때가 가을 추수의 마지막 즈음이어서 추수를 끝내자고 독려하는 노래가 불렸다. 종자용 호박, 밤, 감, 조, 수수, 고추, 깻잎 등을 수확하고, 고구마와 땅콩을 캐기도 한다. 이모작이 가능한 남부지방에서는 보리 파종을 하는 시기이다. 농가의 속담으로는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선조들이 얼마나 쌀을 선호했는지 알 수 있게 만든다.

조선시대에는 상강에 국가의 군사권을 상징하는 제사인 ‘둑제’를 행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했다. 초후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한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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