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군부대 활주로 터에서 30여 개 발견
토양 심층부와 지하수 오염됐을 가능성도

춘천시 옛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약 20리터 기름통이 30여 개나 발견되면서 부실정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발견 현장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매캐한 기름냄새가 진동했다. 땅에는 서너 개의 기름통이 박혀있었고, 한쪽에는 기름 범벅인 기름통들이 쌓여 있었다. 통이 파손돼 새어나온 기름은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지난 5월과 6월 기름띠와 아스콘이 발견되며 ‘부실정화 의혹’이 불거졌던 지점에서 50여m 떨어진 곳이었다. 이 지점은 미군부대 주둔 당시 활주로 터였다. 

춘천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미군 부대 주둔 당시 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통 30여 개가 발견됐다.  

지난 5월에도 기름통이 발견된 지점 인근에서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는 토양 오염이 보고됐었다.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성분분석 결과 이곳의 석유계총탄화수소(THP) 수치가 3천83mg/kg로 기준치(500mg/kg)를 6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름띠에 이어 이번에 기름통이 발견되며 일각에서는 “이미 광범위한 토양 오염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정화작업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당시 한국농어촌공사는 20~30m 간격으로 굴착 지점을 정하고 1m 깊이에서 오염도가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정화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유류통이 1m 깊이에서 발견되며 부실정화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춘천시정부, 합동조사단 꾸려

춘천시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문화재발굴조사단이 1단계 조사를 위해 표층 1~1.5m 정도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기름통이)발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땅속에서 꺼내 인근에 쌓아뒀다. 작업과정에서 계속 기름통이 나와 현장보존을 위해 현재는 작업을 중단했다. 기름 종류는 검사를 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윤활유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정부는 재검증을 위해 이번달 국방부와 환경부,시민대책위원회 등과  논의하여 관을 배제한 민간검증단을 구성해 부지 전체를 정밀조사할 예정이다. 시정부는 기름통 발견 직후 한국농어촌공사와 국방부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날 오후 현장을 찾아 실태를 점검했다. 시정부 환경정책과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합동으로 조사반을 꾸려 기름통 매입경위를 조사하고 필요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번 기름통 발견은 토지 정화가 부실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다. 구체적인 정화방법은 민간검증단이 결정하겠지만, 좀더 면밀한 정화가 필요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오염확산 피해 더 커질 수도”

토양 전문가들은 “윤활유의 경우 땅속 깊은 곳까지 침투돼 지하수를 따라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김휘중 토양 및 퇴적물 환경복원연구소장은 “석유계총탄화수소(THP)에는 암 유발물질인 폴리아로메틱 하이드로카본 등의 물질이 들어있다. 석유계 기름은 식물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오염물질이다. 토양 오염뿐만 아니라 토양 속 오염물질이 지표수와 지하수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되면 오염물질의 확산 범위와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윤활유는 휘발유보다 최대 3배 이상 무거워 땅속 깊숙히 침투할 수 있다. 이런 고밀도 유류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광범위한 재조사가 필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옛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약 20리터 기름통이 30여 개나 발견되면서 부실정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춘천시의회·정의당 성명서

◇ 시민단체

캠프페이지 부실정화 배상요구 범시민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오동철)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기름통 발견에 대해 “환경부와 환경공단의 사전조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이어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배상요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곧 활동을 개시할 민간검증단으로 하여금 완전한 전수조사와 정밀 검증을 통해 시민의 우려를 해소하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춘천시의회

춘천시의회 춘천 캠프페이지 부실정화 진상규명 및 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은석)는 지난달 28일 부실정화 관련 성명서에서 “기본조치 조차 확인하지 않은 국방부를 신뢰할 수 없다. 토양 심층부와 지하수 오염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당시 조사했던 방사능과 고엽제 의혹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번 재조사마저 춘천시민들을 기만하고자 한다면 춘천시의회와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 앞에 서게 될 것”을 경고했다. 

◇정의당 강원도당 

정의당 강원도당(위원장 임성대)도 같은날 성명서를 내고 “국방부와 환경부는 더 이상 발뺌할 생각하지 말고 춘천시민에게 사과하고 무한 책임의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지금이라도 정부는 반환미군기지 정화와 복원에 대한 재검증 및 전수조사 방법과 정화방법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군 매립 확인 후 필요조치”

오동철 캠프페이지토양오염배상요구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곧 구성될 민간검증단을 통해 철저히 조사해 완벽한 정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향후 조사에서 미군의 매립이 확인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국방부 차원의 처리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