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영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나이들기좋은마을팀 팀장)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노인과 어르신이라는 단어를 보여주고 어떤 단어에서 더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노인보다 어르신이라는 단어에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더 나아가 노인은 고집스럽고 돌봄이 필요한 대상처럼 여겨지고, 어르신은 존경의 대상으로서 소통이 가능한 존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렇듯이 같은 존재를 다르게 표현하면 이미지가 달라지고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이 물음으로 글을 시작하는 까닭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의 숨은 본질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머무는 공간은 본래 6개 리 마을 권역커뮤니티센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뜻과 달리 짓자마자 2년 동안 비어있었고, 더 이상 비울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을 공부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아이들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이 공간에 자주 오지 않는다. 물론 비어있던 공간을 활용하여 마을 아이들이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을에 산다는 뜻의 마을 주민이면서 마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한다는 뜻을 담은 마을 시민으로서 이 공간을 마을 아이들만 사용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 더구나 고령화된 농촌 마을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만 의지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죄송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마을커뮤니티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꿈꾸며 실현해가고 있다. 바로 마을주민들이 이 공간을 사용하는 시간대가 다른 점을 활용해서 따로 또 같이 사용하는 세대공감센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세대공감센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마을 어르신들이 사용하고, 오후 4시 이후부터 마을 아이들이, 오후 8시부터 마을 장년들이, 주말엔 마을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서 프로그램 위주가 아닌 세대별로 겪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곳이다. 공간 안의 구성도 세대 사이의 공감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대 통합적인 형태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서 현재 공간 복도에 아이들이 어르신 100명을 캐리커처로 그린 그림과 어르신들이 간직해온 사진을 함께 전시하여 어르신들에게도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다. 달마다 의료진이 찾아와서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처방전을 하면 일괄적으로 약을 타다가 어르신에게 가져다드리는 방문 진료실도 열고 있으며 달마다 미용실을 열어서 어르신들에게 파마와 커트를 해드리고 있다. 그리고 십여 명의 마을 청소년들이 공통으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인터넷 카페에 대해 고민도 하고 있다. 아직 공간 자체가 세대 공감센터의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본래 이 공간이 만들어진 취지를 살린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여전히 행정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많이 남았지만, 미래자치분권연구소 유창복 소장이 쓴 글처럼 “맘도 뜻도 맞지 않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도모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생활에 도움이 되고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를 걸고 함께 해결해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융합이다. 행정의 칸막이와 시민사회의 칸막이를 넘어서려면 문제가 있는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주체가 문제 해결의 솔루션을 가진 자들을 초대하면서 시작해야 한다”를 되새기면서 우리 공간의 숨은 본질을 찾아가는 세대공감센터로 만들어가는데 나부터라도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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