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무료개방되는 ‘손끝 분재원’

우두동에 있는 ‘손끝 분재원’은 분재만이 아니라 수석도 함께 전시하는 곳이다. 입구에는 매혹적인 향나무 몇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당 중앙에는 수령이 상당해 보이는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당당히 서 있다. 비닐하우스 화원 한쪽에 진귀한 수석이 전시되어 있다. 상호에 걸맞은 분재는 하우스 안쪽에서 본격적인 향연을 펼친다. 유려한 분재의 수형(樹形)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손끝 분재원’에는 한국분재 예술협회 고문인 박차랑 대표의 작품 500∼600점이 전시되어 있다. 60년 동안 키운 작품들이다. 최고령은 700살의 설악향나무로 1년에 0.1㎜ 자란다고 한다. 박대표는 분재들이 보통 몇 백 살의 수령이라 ‘어르신’이라고 부른다며 농담을 했다. 300살 소나무의 표피에서 느껴지는 세월, 옹이와 굴곡들이 한 폭의 동양화다. 수종도 다양하다. 수렴수(쥐똥나무), 소사나무, 인동초, 단풍나무, 소나무, 향나무, 수수꽃다리 등이 있다. 석부작(돌 위에 분재)의 작품도 많았다. 

우두동에 있는 ‘손끝 분재원’은 분재만이 아니라 수석도 함께 전시하는 곳이다. 

한 점 한 점 작품을 설명하는 박차랑 대표의 말투에는 위트와 유머가 넘쳤다. 외길 인생을 살아낸 연륜에서 나오는 낙천과 달관이 아닐까. 분재원은 기원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60년 전 ‘국화’를 120종 키우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단다. 하지만 서리가 오면 꽃이 지는 한계에 매력이 사라져 난(蘭)으로 돌아섰다. 난 역시 키우고 정성을 들여도 그저 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또다시 회의에 빠졌다. 그런 영구적인 생명력의 갈망이 평생을 수석과 분재에 매달리게 한 계기였다고 한다.

박 대표는 분재를 판매하지 않고 긴 세월 동안 수형을 잡아나가며 자식처럼 키우고 가꾼다. 돈을 얼마나 받을까 생각하지 않는다. 풍토에 맞는지, 본연의 생김새를 잘 살릴 수 있는지를 살필 뿐이다. 죽어가는 나무를 보면 살려내려는 애착이 생긴다고 말했다. 분재란 어떤 의미인지 묻자 “나는 평생 그림을 그렸어요. 분재는 자연을 축소한 축경(縮景)이에요. 세월에 주름이 생기고 시련과 감정이 있는 인간의 삶과 닮았어요.”라고 답했다. 박 대표 나름의 분재 철학이다.

수석 역시 1천 평에 전시할 만큼 많다. 전시 공간이 협소해 제대로 감상을 못할 정도다. 진귀한 수석을 찾아 팔도를 뒤지고 다닌 결과 1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다는 게 박 대표의 귀띔이다.

(왼쪽) 손끝분재원 입구의 향나무 (오른쪽) 700살 설악향나무, 일 년에 0.1mm자란다.

분재 인생 중 위기도 있었다. 10년 전 땀과 눈물로 키운 200점을 도난당한 후 자식을 잃은 듯 실의에 빠져 분재를 접을 생각도 했다. 현재도 도난방지 장치 없이 고가의 분재와 수석이 방치되어 있긴 하지만. 차후 계획과 바람은 강원도의 도·시 후원사업으로 ‘전용 전시장’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고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두동의 ‘손끝 분재원’은 일반 시민들에게 항상 무료개방하고 사진 촬영도 무한 허락한다며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표의 끈기와 고집으로 키운 ‘손끝 분재원’의 작품들이 평생 숙원사업인 전용 전시관에 멋지게 전시되는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강원도 춘천시 우두벌 4길 24 / 010-6404-6068

김현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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