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현장체험] 춘천시민학교 맛보기 ① 춘천시민학교 사전워크숍
[기자 현장체험] 춘천시민학교 맛보기 ① 춘천시민학교 사전워크숍
  • 홍석천 기자
  • 승인 2020.11.09 1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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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알아차림’과 ‘조르바의 춤’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춘천시민학교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마을자치지원센터(센터장 윤요왕)는 내년에 닻을 올릴 춘천시민학교의 가치와 문화를 경험·공유하기 위해 일종의 ‘맛보기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은 ‘춘천시민학교를 위한 1박2일 자유학교’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소양호 농어촌인성학교’에서 진행됐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쉼표학교’와 ‘질문학교’에서 선보일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도 가동해볼 예정이다.

시민학교는 △일상을 벗어나 쉼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삶의 전환을 고민해보는 ‘쉼표학교’ △대화와 질문을 통해 나와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해 고민해보는 ‘질문학교’ △누구나 교사가 되고 어디나 교실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율공모 방식의 ‘누구나학교’ △시민교사와 코디네이터를 발굴·양성하는 ‘사다리학교’로 구성된다.

《춘천사람들》은 올해 말까지 열릴 시민학교 파일럿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뒤,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가감 없이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춘천시민학교' 사전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이 발을 모아 함께 만든 원형

‘자유학교’에 입학하다

지난달 22일 (재)마을자치지원센터(이하 마자센터)로부터 ‘춘천시민학교 사전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소문만 무성하던 시민학교의 실체(?)가 궁금하던 차라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 입학해서 직접 체험하는 것만큼 학교에 대해 정확히 취재할 방법은 없을 터였다.

10월 31일 오전 9시 경, ‘소양호 농어촌인성학교’로 출발했다. 북산면으로 가는 길은 한적했고, 산과 나무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겼다. 춘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다다랐다. 발열체크와 주소 쓰기 등 방역절차를 거친 뒤 이미 와 있던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각하’를 환영합니다!

첫 순서는 행사진행을 맡은 자유학교 측의 환영인사였다. 자유학교는 덴마크의 성인 대안학교인 폴케호이스콜레(인생학교)를 본떠 2017년에 설립된 한국형 성인 인생학교다. 자유학교의 정규 프로그램은 보통 짧으면 1주일, 길면 열흘 이상 걸리지만 이번 행사는 사전 경험 과정이라 1박2일로 압축해서 진행됐다.

낯익은 얼굴도 보였지만 대다수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자신의 ‘별칭’을 발표했다. 나이나 직위 같은 사회적 신분을 배제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통로인 셈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참가자들은 ‘어이’, ‘지구별’, ‘사포’, ‘백수야’, ‘이장’ 등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별칭을 발표했다. 무슨 별칭을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욕심을 부려 ‘각하’로 정했다.

“각하, 자유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숨겨진 나를 찾는 ‘알아차림’

‘알아차림’이라는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2인 1조(아래 사진)가 돼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몸에서부터 시작해, 감정, 마음, 생각으로 나아갔다. 나를 살펴보고, 느껴지는 점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방식이었다.

간단한 규칙이었지만 잠시 후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평소 왼쪽 어깨가 아픈 줄도 몰랐는데 가만히 몸을 살피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또 양쪽 오금이 가만히 있어도 조금 저리다는 사실과, 좀 무거운 듯한 뱃살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이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서로가 다소 긴장했다는 것, 생소한 활동에 의한 불편함이 관찰됐다. 또 찰나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온갖 생각들의 질주도 지켜볼 수 있었다.

짧은 문구로 ‘알아차림’을 통해 배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사실은 타인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나를 풀어주는 ‘조르바의 춤’

‘알아차림’이 나에 대한 탐구라면 ‘조르바의 춤’은 새로 발견한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단계였다.

진행자로 나선 자유학교 홍문화 공동대표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지금을 살아가는 자유인이다. 그는 물레를 돌리다가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도끼로 손가락을 잘라버린다. 광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인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유학교에서만큼은 ‘이 순간’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뒤죽박죽 수다 떨기, ‘커피믹스’

캄캄한 저녁이 됐지만 자유학교의 프로그램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커피믹스’(아래 사진)는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다양한 질문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질문은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시작해 윤리적 문제, 사회적 문제, 예술적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참가자들은 어느덧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는 인식을 가지고 정신없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것과 공동체적인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내가 바라는 삶과 내가 바라는 춘천의 모습이 한데 뒤섞여 묘한 열기를 내뿜었다.

‘누구나학교’를 엿보다, ‘렛츠’

다음날에는 ‘렛츠’ 프로그램(아래 사진)이 이어졌다. ‘렛츠’는 우리 안의 자원을 활용해 누구나 교사가 되기도 하고 누구나 학생이 되기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재능을 제안했고, 즉석에서 교실이 열렸다.

‘켈리그라피’, ‘인물 사진 잘 찍는 법’, ‘사주보는 법’, ‘히말라야 여행 이야기’, ‘휴대전화 싸게 사는 법’ 등 너무나 흥미로운 강의가 많았지만 다 들을 수는 없어서 ‘사주보는 법’과 ‘휴대전화 싸게 사는 법’ 강의를 수강했다. 비록 사주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년 언젠가 춘천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교실을 열게 될까를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났다.

변화를 꿈꾸다, ‘삶의 전환’

마지막 프로그램은 ‘삶의 전환’이었다. 1박 2일간의 기간을 통해 무엇을 새롭게 느끼고 어떤 변화를 체험했는지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다. 자아성찰을 통해 그동안 감추기에 급급했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에 괴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건강한 도전정신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휘게(Hygge)’라고?

매 점심식사 이후에는 한 시간의 ‘휘게’ 시간(위 사진)이 있었다. ‘휘게’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 등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뜻한다.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덴마크 국민들의 행복 비결로 꼽힌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휘게’ 시간에 산책을 가거나, 대화를 하거나, 낮잠을 즐겼다.

사진 제공=자유학교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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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룬트비 2020-11-12 22:11:22
생생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2편도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