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면 무슨 소린가 깜짝 놀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1960년대 중반에 일어나 70년대 중반까지 10년에 걸쳐 중국을 끔찍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그때 그 사건을 떠올려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소련식 사회주의 노선이 잘못되었다는 확신 아래 중국의 혁명정신을 부활시킨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인민의 전통을 와해시키고 통합을 파괴했으며 중국을 피도 눈물도 없는 몰인정한 사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시 청년들을 대거 동원해 홍위병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모든 전통적인 가치와 부르주아적 경향을 비판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 관료들의 혁명성을 점검하려고 했다. 이 흐름을 통해 당시 중국공산당의 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의 역사적 위치는 공고해졌을지 모르지만, 중국 사회 곳곳에서 존경받던 스승과 어른이 하루아침에 반혁명적 인사로 몰려 조롱당하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문화대혁명이 춘천에서 기획되거나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히 문화대혁명이라는 말을 쓰고 싶을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문화 변혁의 전진 기지는 춘천문화재단이다. 과거의 문화재단이 하던 일을 생각하면 거기서 무슨 문화대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간 춘천문화재단은 지역의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일을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예술로서의 문화에 국한해 활동해온 기관이었으므로 이를 오랫동안 봐오던 시민들로서는 갑자기 문화대혁명과 같은 생활 전반의 변혁에 문화재단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하며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내년에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해 최근에 문화재단이 벌이고 있는 사업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춘천은 지난해 말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기 이전 단계인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전환문화도시 춘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얻은 결과다. 이런 이름을 달고 지금까지 문화재단이 벌여 온 사업의 전모는 물론 전환이라는 말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렇고 그런 예술 활동에 지원금을 쏟아붓는 사업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정도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대혁명이라는 말을 언뜻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업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일이 진행되는 전체 상황과 종사하는 사람들의 헌신성을 파악한 《춘천사람들》이 춘천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재단에 요청한 기고문(245호)에는 전환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문화도시에서 지향하는 ‘전환’은 나로부터 출발해서 개인의 경험과 가치가 변화되고 그것이 시민 전체의 삶의 변화로 확장되면서 도시 라이프 스타일과 도시 정체성의 변화까지 가져오는, 즉 개인으로부터 시작해 도시의 변화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설계된 전환이다.” 예술로서의 문화가 더는 아니다. 춘천시민의 삶과 정체성의 문제까지 연결되는 문화로서 궁극적으로는 도시 전체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는 사업이다. 

삶의 변화를 지향하는 사업인 만큼 춘천시에 거주하는 많은 예술인들은 물론 도시재생지원센터, 사회혁신센터, 먹거리통합지원센터, 협동조합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합류했다. 이들 가운데 뽑힌 7명의 시민연구원이 이제는 문화안전망을 주제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위한 분야별 라운드 테이블을 14일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내년 초의 법정 문화도시 선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현장실사가 이달 17일 춘천에서 진행된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대변혁의 과정이니만큼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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