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한림대 디지털미디어콘텐츠 2)

늘 찾아오는 여름과 가을이지만, 해마다 특별하게 느껴진다. 올 해 여름과 가을은 마임축제 ‘깨비짱’이 있어서 더 특별했다.

‘깨비’는 춘천마임축제의 자원활동가이고 ‘깨비짱’은 깨비들의 리더이다. 해마다 축제를 같이 준비하고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 춘천 마임축제는 지난해 대학 1학년 때 처음 알게 됐다. 우리 학과에 ‘깨비’와 ‘깨비짱’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선배·동기들이 많았다. 곁에서 본 그들의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올 해 마임축제를 손꼽아 기다리다 ‘깨비짱’에 지원해서 ‘2020 춘천 마임백씬 대학로 문화의 거리’, ‘청소년 축제학교’ 등에서 ‘깨비짱’으로 활동했다. 코로나19탓에 초반에는 대면 모임을 할 수 없었고 기획도 많이 수정됐지만 준비기간 동안 조원들과 많이 친해졌다. 너무 들떠서 그랬을까? 프로그램 시작 5일 전에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시민들에게 손 소독제를 짜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건 정말 아쉬웠다. 그래도 이탈하지 않고 조금 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가 기획한 체험부스에서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다. 우리 조는 장염·골절·이별의 고통 등 아픈 ‘깨비’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프로그램을 운영해냈는지 놀랍기만 하다. 아마 서로를 ‘배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각자 최선을 다했고, 그걸 알기에 부족해도 서로 나무라지 않았다. 그 덕에 축제가 끝나도 끈끈하게 지낸다. 

강대 후문거리에서 진행된 ‘대학로 문화의 거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시민들이 코로나19 속에서 각자의 희망과 바람을 포스트잇에 적어 여름 바다가 그려진 거대한 벽에 붙이는 이벤트 ‘Wish The Night Away’가 기억에 남는다.

덕분에 조금은 음습했던 골목이 여름 바다처럼 투명하게 빛났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벤트 부스를 예쁘게 꾸미던 시간들, 시민들의 소망이 쌓여가던 순간들, 그리고 이벤트가 끝나 철수하던 모든 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청소년 축제학교’ 참가학생들과의 이별도 정말 아쉽다. 장난도 잘치고 말도 잘 듣지 않았지만 늘 순수하게 대해준 그들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깨비짱’은 지난달 24일 ‘도깨비난장’을 끝으로 올해 활동을 끝냈다. 코로나19로 인해 멀리 여행 갈 수 없었고 활동도 위축됐지만, 내가 살아가는 춘천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더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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