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논평] 농민(농업인)은 누구인가?
[이슈논평] 농민(농업인)은 누구인가?
  • 전기환(춘천시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
  • 승인 2020.11.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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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환(춘천시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을 보면 농민은 ‘농사짓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있다. 농업인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언제부터인가 농민이라는 단어보다 농업인이라는 단어가 공식명칭이 되었다. 농촌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농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행정에서는 농업인으로 부른다. 농업·농촌·농민의 틀을 규정하고 있는 ‘농업·농촌및식픔산업기본법’(농업농촌식품기본법)은 농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농업은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토환경의 보전에 이바지하는 등 경제적·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간산업으로서 국민의 경제·사회·문화발전의 기반이 되도록 한다.” 그리고 농업인의 규정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였다.

1) 1천㎡(302.5평) 이상의 농지를 경영(경작)하는 자. 2)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3) 농업소득이 연간 120만원 이상 되는 자. 4) 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의 조합원인자. 5)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대가축 2두, 중가축 10두, 소가축 100두), 양봉(꿀벌 10군)을 하는 자. 6) 330㎡(100평)이상의 비닐하우스, 버섯재배 등을 설치하여 경작(재배)하는 자로 명시되었다. 이렇게 농업인을 규정하고 법으로 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농사짓는 일을 하는 자’로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농업은 산업이고 농민은 산업의 담당자라고 하면 될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한 까닭은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전에는 농촌에서 땅을 이루고 농산물을 생산하면 사람은 누구나 농민이라 불렀다. 자기 땅이 있으면 자경농민이고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으면 소작농민이었다. 봉건시대를 거쳐 오는 동안 농민들 대다수는 소작농민이었다. 자경농민이 대다수로 등장하는 계기는 해방 후에 시행된 토지개혁이다.

그러나 산업화가 확대되고 농업이 분화되면서 농촌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사회문제가 되었고 발전대책 방안을 기획한다. 1989년 노태우 정부의 농업발전종합대책(농발대)이 발표된다. 말이 발전종합대책이지 실상은 규모화·자본화·현대화로 표현되는 농업·농촌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선언이었다. 한편 초국적 농산식품복합체의 막강한 로비에 의해 농업을 자유시장체계로 편입하려는 ‘우루과이 라운드’(일명 UR협상)로 쌀을 포함한 대부분의 농축산물이 개방화를 맞게된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크게 저항했고 그를 무마시키고자  ‘42조’ 규모의 정부 ‘투·융자 자금’이 대대적으로 농촌과 농업에 들어왔다. 이 자금으로 추진되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행정기관과 유착하는 농민들이 생기면서 일명 ‘다방 농사’가 생겨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이 자금으로 시행되는 사업에 부합하는 농민을 선정하려는 목적으로 농민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라 ‘농업을 경영하는 경영주’라는 의미의 농업인이 탄생하게 된다. ‘농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농업의 생산 기반으로서 농지와 시설을 소유해야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농민이 지금 얼마나 되고 있으며 생산한 농축산물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에서다.

현재 농지의 소유를 보면 농민보다 비농민 소유가 더 많다. 또한, 법상 농민이지만 실지로 농지를 경작하지 않는 농민도 많다. 현재 농민 수는 230만 명이라고 한다. 통계상으로는 그러나 실제 농사를 짓고 생활을 하는 자로서의 농민의 수는 훨씬 적다. 최근에 새롭게 시행되고 있는 ‘농가경영체등록’은 거주지가 아닌 전국 어느 곳이라도 땅을 경작한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면 등록을 할 수 있어 더 많은 법상 농민을 양산하고 있다, 

농민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법상 농업인이 마구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이러다 보니 많은 예산이 농민이 아닌 법상 농업인에게 돌아가고 있다. 더는 농민을 법으로 규정하지 말고 농지를 경작하고 가축을 기르는 직업으로 재확인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때만이 법에 명시된 농업의 역할을 제대로 기대할 수 있다. ‘농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민의 뜻을 제대로 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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