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춘삼이와의 산책길이 더욱 즐거운 계절이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낙엽을 밟고 유유히 걷노라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즐거워진다. 춘삼이도 계절이 가져다 준 변화를 즐기는 듯하다. 낙엽에 한참동안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도 하고 발로 마구 파헤치기도 한다.

춘삼이가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가을 산책을 즐기고 있다.

다만 가을산책에 따르는 한 가지 피치 못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은행’이다. 다들 알다시피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에서는 매우 구수(?)한 냄새가 난다. 춘삼이는 이 냄새를 맡으려고 은행나무가 보이기만 하면 환장을 하고 달려든다. 춘삼이는 마땅히 사적 취미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산책 동무인 나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피하려고 용을 써도 낙엽 밑에 깔린 은행을 모두 피해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현관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익숙한 냄새가 가시지를 않는다. 결국 대다수의 문제가 그러하듯 은행냄새도 상대적인 문제이다. 춘삼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향기일 것이고 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악취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람이라면 대화를 통한 양보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개를 붙잡고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신발을 빨면서 조용히 겨울을 기다릴 뿐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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