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동시(童詩)쓰는 교장선생님
[문화포커스] 동시(童詩)쓰는 교장선생님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0.11.16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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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내 초 이경 교장 … 첫 동시집 《발끝으로 서 봐!》
11.21.15시 출판기념 詩토크 … 30.까지 책·삽화 전시
문화복합공간 파피루스(안마산로21)에서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 이경 교장이 자그마한 귤 하나를 내보였다. 2학년 아이가 선생님 드린다고 집에서부터 손에 꼭 쥐고 와 따뜻해진 귤이다.

시인 이경은 그런 선생님이다. 심심한 아이가 놀러와 별 말 없이 배시시 웃다 가는 곳이 그의 집무실이다. 그 어린이들이 그를 동시로 이끌었고 59편의 시에 담긴 첫 동시집 《발끝으로 서 봐!》가 지난 10일 세상에 태어났다. 딸 시하는 삽화로 힘을 보태 작은 세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 사람은 詩토크와 전시를 앞두고 있다.

이경 시인과 시하 작가 모녀가 동시집 《발끝으로 서 봐!》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이 교장은 “그저 좋아서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들과의 일화를 글로 옮겼다. 때로는 일기가 되고 동시가 된 나의 일상이고 삶의 일부이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2007년 교대부설초 교사시절 ‘술레잡기’라는 동아리에서부터다. 하지만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워 서랍 속에 담아두고 살아왔다.” 

서랍 안에 차곡차곡 쌓여간 그의 동시를 세상이 알아봤다. <장난꾸러기 바람>으로 2017년 강원교육문학회 신인작품상, <달빛수다>로 2018 계간 《시와 소금》 신인작가상을 받아 등단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여수에 왔다>로 《한국문학예술》 봄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내 곁에는 늘 아이들이 있다. 바람이 창을 흔드나 싶어 돌아보면 아이가 톡 톡 창문을 두드리며 등굣길 인사를 한다. 심심하다고 들어와 교장실을 구경하며 놀다가는 아이, 군것질거리를 내 손에 쥐어주고 배시시 웃으며 달아나는 아이. 등단은 했지만 소중한 그들의 이야기를 정성스레 한 권으로 담아내는 데는 용기와 수고가 더 필요했다. 미술을 전공한 딸의 응원과 삽화 품앗이까지 더해서 이제야 숙제를 끝냈다.”

이 교장은 예술교육에도 큰 관심이 있어서 지난해 ‘학교 안 창의예술교육’의 시범학교로 참가해 봄내 초 어린이들에게 예술과 교과목이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줬고, 춘천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문학반에서 희곡과 인문학을 가르친다. “학교교육에 예술적 가치를 담아 어린이들이 예술을 체험하고 향유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늘 강조한다. 예술가가 아니어도 어떤 직업이든지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과 마음을 지닌 작가적 마인드를 갖고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연극인이기도 한 그는 현재 춘천연극제 운영위원장이자 춘천여성극단 ‘마실’의 단원이다. 춘천교대 2학년 무렵 춘천연극의 뿌리라 일컬어지는 극단 ‘굴레’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고성에서 첫 교편을 잡은 이래 2000년까지 ‘굴레’에서 활동하다 이후 ‘마실’에 몸을 담아서 2010~15년까지는 대표를, 현재는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춘천연극아카데미’에서 시민들을 지도하고 있다.

연극지도를 위한 신뢰의 ‘라이센스’를 얻기 위해 썼다는 아동극 <노인과 소년>으로는 국내 최장수 아동문학 문예지 《아동문예》 신인 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치매로 인해 생각과 행동이 교사 시절에 머무는 노인이 초등학교 주위를 맴돌다. 우연히 사물놀이 동아리 아이들을 만나 옛 솜씨를 발휘한다는 이야기이다. 봄내 초 돌봄 아이들과 훗날의 나를 떠올리며 썼다.” 

삽화로 힘을 보탠 딸 시하는 “오래전부터 엄마의 첫 동시집을 함께 만들기로 했었다. 용기 낸 엄마가 자랑스럽고 나 역시 첫 일러스트 작업을 엄마의 책으로 하게 돼 뜻깊다. 엄마가 삽화를 정말 꼼꼼하게 골라서 많은 그림 중 일부만 책에 담겼지만 글과 그림이 서로를 더 빛나게 해주어 흐뭇하다. 다음에도 또 같이 하겠냐고? 글쎄요.”(웃음) 어린이를 닮은 모녀의 웃음소리가 주변을 밝게 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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