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문제와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문제를 접하다 보면 다양한 공통점이 보인다. 두 사안의 추진 주체가 달라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문제로 볼 수도 있으나 시민의 권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통점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공통점은 기밀주의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터이니 시민이나 도민, 그를 대표하는 의원들마저도 알 필요가 없다고 하는 자세다. 또 다른 하나는 기밀주의를 뒷받침하는 전문가주의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전문가에게 맡기고 시민은 결과만 즐겨라는 식이다. 세 번째는 거짓말이다. 이 부분이 앞서 든 모든 공통점의 결정판이다. 여러 가지 공통점이 켜켜이 쌓이면서 만들어낸 최종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군 부대 기지로 사용되다 국방부를 거쳐 춘천시로 반환된 캠프페이지 터는 토양오염 정화가 완전히 끝났다는 보고서 자체가 거짓이다. 토양오염 정화작업 실무는 농어촌공사가 담당했지만 사업의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 2012년 정화검증보고서를 춘천시에 제출하면서 이제는 문제가 전혀 없으니 이 땅을 안심하고 쓸 수 있다고 했으나 거짓말이었다. 

레고랜드의 경우는 거짓말을 모두 몇 번이나 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당장 개장 시기만 해도 그렇다. 국민의힘 당이 계산해 성명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모두 7번 거짓말을 했다. 2014년, 2015년, 2016년 중순, 2017년 3월, 2017년 8월, 2020년, 2021년 5월 어린이날, 2021년 7월 약속을 모두 뒤집었다. 지난 12일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 나온 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이 “정식적으로 오픈하는 시점은 2022년 3월 전후”라고 답변해 내년 7월 개장이 불가능함을 명확히 했다. 지난달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직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얼버무린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야기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문순 지사에게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내년 7월에도 (레고랜드) 개장이 안 되면 어떤 책임을 지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최 지사는 “수차례 개장 연기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임기도 다 끝나 가는데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어떻게든 책임지겠다”라고만 했다. 정직한 답변이라면 ‘내년 7월은 불가능하다’고 분명하게 밝히면서 어떤 수습을 할 것인지를 제대로 설명해야 했다.

일이 이쯤 되면 최 지사의 잘못은 말도 안 되는 곳에 말도 안 되는 액수의 돈이 들어가 혈세를 낭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자신은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예측이 빗나가서 그렇다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심각한 거짓말이다. 개장 시기와 관련하여 짧은 시간에 7번의 거짓말을 해야 할 정도라면 불분명한 전망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단서와 함께 개장 계획을 설명하면서 상황에 따라 의도대로 안 될 수 있음을 도민에게 알렸어야 했다. 책임 있는 단체장이면서 도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당연히 갖출 자세다.

국방부와 강원도의 이런 거짓말을 두고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이렇게 보고했다면 죄악이라는 말로 평가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설명하는 내용이 아니다. 정확한 평가는 그냥 ‘국민을 무시하는 문화’다.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할 차례다. 두 사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검증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고 시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제대로 조사할 방법을 찾도록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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