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천 (춘천 녹색평론 독자 모임 회원)

8년 전, 춘천녹색평론모임에서 ‘시민들이 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담론을 논의했다. 쌓아두는 돈이 아니라 지역에서 일정  기간에 써야 하는 소모성 화폐인데 지역 쌀을 담보로 한 상품화폐다. 연말에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쌀로 정산하기로 하고 가맹점을 모아 돈을 발행했다. 이른바 쌀 본위 지역 화폐인 ‘이삭 통화’가 탄생했다. 이후 이삭통화는 강원도 지역 화폐의 모태가 되었다. 강원도는 광역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지역 화폐를 발행했다. 현재 강원상품권은 매달 100억 원씩 팔리며 제자리를 잡고 있다. 춘천녹평모임은 지역 화폐 실험에 이어 《춘천사람들》과 함께 신문사 조합원분들과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에게 기본소득 정책 필요성을 알리고자 춘천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지역 청년 두 사람을 추첨하여 강원상품권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결과를 분석한 후 지역에 기본소득과 지역 화폐 담론을 공론화시켰다.

코로나19는 세상살이 삶을 확 바꾸어버렸다. 재난지원금을 국가로부터 직접 받게 되는 유례 없는 일이 일어나 기본소득 논의는 담론에 그치지 않고 여러 지자체가 경제위기 해법 중 하나로 채택을 하려 한다. 경기도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정책을 실험하고 있고 서초구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의 꽃’이다. 그동안 신용 본위의 은행 돈은 국가 발권을 대체하며 화려하게 피어나 신용을 창조하며 자본주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런데 신용이라는 ‘돈의 꽃’은 다름 아닌 부채인지라 민간부채, 정부 부채를 눈덩이처럼 키워 경제위기라는 화를 불러일으키는 재앙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경제라는 고속도로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 돈의 수급이 막혀서 금리를 낮추었는데도 돈은 아래로 흐르지 않고 부동산과 증시로만 쏠리고 있다. 불황기에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돈줄이 말라 아우성치는데 시중은행들은 대출금을 떼일세라, 신용 돈을 만들어내지 않으려 한다. 다급해진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신용공급 일을 맡기는 통화정책의 한계를 언급하며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막대한 돈의 수혈을 단행했지만, 경기회복에 이르기에는 힘에 부침을 인정한 것이다.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은 살아생전에 국가가 돈의 발행 즉 발권의 이익 ‘시뇨리지’로 기본소득을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최근 대안 통화론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해마다 늘어나는 통화량을 시중은행에서 국가로 이전했을 때 국가는 발권 이익을 국민 1인당 16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 화폐에 연동된 기본소득이 펜데믹 시대 경제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화폐로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일정 기간에 반드시 써야 함으로 지역에서 승수효과를 일으키며 수요가 늘어 나게 된다. 자산가들에게 돈이 쏠리면서 생긴 극심한 양극화와 가계부채로 소비 여력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기본소득이 목숨 같은 복지정책이 된다. 이러한 긴박한 시기임에도 기재부는 기본소득 논의조차 가로막고 있으며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면서 국채발행을 꺼리며 적자재정을 하지 않고 있다. 경제 싱크홀에 빠진 소상공인과 실업자에게 돈이 흘러가게 하는 몫은 ‘돈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우리의 민주주의 역량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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