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요 (호반초등학교 교사)

남북의 상황은 매 순간 변화하지만, 학교에서는 늘 통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배우는 사람에게도 통일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주제이다. 이런 와중에 강원도에 사니 통일을 이야기하기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강원도는 접경지역으로 휴전선이 강원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변화할 때마다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또한, 강원도는 교류와 화합의 역사를 안고 있기도 하다. 과거 금강산 관광의 출발지가 도내에 있었으며, 평창올림픽을 맞이하여 또 한 번 남북교류와 화합의 역사적 장이 되었다. 

그러나 도내에서 접경지역은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으로 18개 시·군 중 5곳에 해당한다. 접경지역에 사는 이들과 그 외 지역에 사는 이들의 상황은 같은 강원도 지역이라고 해도 다를 수 있다. 통일과 북한 문제를 체감하는 정도, 이와 관련된 일상의 경험이 다를 수 있다. 강원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통일문제가 내 삶에 밀착되어 있다고 느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 교육을 함에 있어 강원도 전 지역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물론, 강원도는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특수성에만 집중하다 분단 현실에서 모든 이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기본 전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아우르며 나아가는 통일 교육이다. 

교육대상자들이 강원도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통일에 관한 선개념 및 경험이 풍부하다거나 통일 감수성이 높을 것이라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그들이 서 있는 자리를 정확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분단의 시간 동안 남과 북 사이에는 오해와 불신이 켜켜이 쌓여왔다. 지나간 시간만큼의 무관심과 무지, 정서적 거리감이 우리 안에 쌓이기도 했다. 반공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이들에게도 북에 대한 거리낌이 존재한다. 통일 교육이 통일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교육, 선한 가치로서 ‘통일’을 전달하려는 교육에 머무른다면 교육대상자들은 불쑥 자신의 마음속에 올라오는 북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를 가질 수 없다. 쉽게 말해 ‘통일은 해야 할 것 같지만 북에 대해 마음이 활짝 열리지 않아요’라는 마음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대상자들이 느끼는 북에 대한 인상은 분단 상황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분단 상황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분단’이라는 현실을 바로 보기 위해서, 그리고 통일 교육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어 탐구하고 입장을 세우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 모두는 통일의 당사자이다. 변화하는 남북의 상황을 삶의 한 자락에서 직접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지, 우리가 경험한 것을 언어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닿을 듯 닿지 않던 통일이라는 주제가 우리에게 앎이자, 삶으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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