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를 운영하는 송호복 박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물고기 박사다.
30여 년 간 현장을 누빈 풍부한 경험으로 물고기에 관한 아주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간의 풍부한 경험을 앞으로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공지천은 대룡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신촌천, 학곡천과 금병산 쪽 퇴계천이 합쳐 춘천시를 관통하여 북한강(의암호)에 합류되는 하천이다. 공지천의 원래 이름은 “곰지내”였는데, 외가가 근처에 있던 퇴계 선생이 이곳에 고기잡이를 왔다가 짚을 잘게 썰어 강에 뿌렸더니 수많은 작은 짚 조각들이 “공지”라는 물고기로 변했다고 한다. 그 후 이 강의 이름을 “공지천”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공지라는 물고기의 표준어는 “두우쟁이”다. 임진강 유역에서는 미수개미, 한강유역에서는 공지라고 부른다. 큰 놈은 약 30cm까지 자라는데, 생김새가 모래무지와 비슷하지만 몸통이 훨씬 가늘고 긴 편이다. 한강, 대동강, 금강 처럼 큰 강의 하류에서 살다가 곡우(4월 20일경)를 전후한 산란기가 되면, 떼를 지어 중류나 중상류까지 강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다. 두우쟁이의 알은 물보다 가벼워 물에 떠서 흘러내려가면서 부화하므로 상류로 올라와 알을 낳지 않으면 곧바로 알이 바다로 떠내려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남한강은 여주, 임진강은 철원, 그리고 북한강에는 청평, 가평, 춘천까지 올라와 산란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제 춘천에서는 두우쟁이를 한 마리도 찾아 볼 수 없다. 왜일까? 짐작하겠지만 팔당댐, 청평댐, 의암댐의 높은 장벽을 두우쟁이는 도저히 넘을 수 없어 산란여행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알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무척 아쉽지만 “공지천에는 공지가 산다.”가 아니라 “살았다.”는 과거형 문장으로 읊조릴 수밖에 없다. 현재 두우쟁이는 유일하게 임진강수계에서만 산란한다.

아쉬움이 하나 더 있다. 공지천 구름다리 중앙에 거대한 물고기 상이 있고, 그 옆 바닥에는 공지천과 공지어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그런데 그것은 공지(두우쟁이)가 아니라 피라미다. 공지(두우쟁이)를 모르는 사람은 “아! 공지어가 이렇게 생겼구나”라고 생각할 듯하다. 솟구치는 물줄기 위에 피라미 대신 두우쟁이가 올라앉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송호복 (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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