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사태로 인해 한국의 많은 축제와 문화예술행사들이 열리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94%의 축제가 취소됐고 피해규모는 1조 9천억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춘천의 3대축제와 문화도시 예비사업은 멈춰선 한국 문화예술현장에서 돋보인 활약을 펼쳤다. 위기에 대응하며 전환을 이뤄낸 배경은 무엇일까. 《춘천사람들》이 창간5주년 특집으로 살펴보고, 발전을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상근조직 위력을 발휘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춘천의 3대축제(마임·인형극·연극)와 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는 발 빠르게 계획을 수정해서 ‘찾아가는 공연’, ‘온라인 공연’,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펼쳤다. 이는 잘 짜여 진 상설조직 덕분이다. 

문화도시센터가 마련한 온라인 라운드 테이블 ‘100개의 화면, 100명의 이야기 : 봄의 도시 춘천이 묻습니다. 여러분의 안부를’은 코로나로 멈춰버린 문화예술계에 큰 화두를 던지며 주목받았다.      출처=전환문화도시 춘천 wiki 플랫폼

상설조직 없이 지자체의 입찰을 통해 열리는 한국의 많은 축제들이 대부분 취소됐다. 상설조직은 행정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춘천의 축제가 그랬다. 강영규 마임축제 총감독은 “20명의 상근직과 아티스트, 협력업체 등 200여 단체의 협업구조가 올해 위력을 발휘했다. ‘마임 백씬 프로젝트’로 전환해서 시민의 일상 공간 100여 곳을 찾아가 344회의 공연·전시·체험·워크숍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상근조직 덕분이다.”

춘천인형극제는 19명의 상근직원이 50여 개 극단과 축제를 준비해서 시민들의 일상적 휴식공간인 공원과 온라인에서 공연을 펼쳤다. 춘천연극제는 지난 6월 시작과 동시에 대면공연 중지를 통보받자 경연부문 온라인 송출과 찾아가는 공연 등 축제의 일상화를 도입했다. 이해규 연극제 수석부이사장은 “빠르게 대처한 것은 상근조직덕분이다. 하지만 다른 축제 상근직원에 비해 숫자가 부족하다. 시도 올해 느낀바가 클 테니 내년에는 더 늘리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인형극제의 ‘마실극장’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공원에서 열려 가족단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 제공=춘천인형극제

춘천문화재단은 올 해 초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추진할 전담조직인 문화도시센터를 만들고 20명의 직원이 수차례 워크숍을 통해 역량을 강화했다. 타 지역 문화재단들이 멈춰 섰을 때 문화도시센터의 역량이 드러난 결정적 계기는 지난 4월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라운드 테이블 ‘100개의 화면, 100명의 이야기 : 봄의 도시 춘천이 묻습니다. 여러분의 안부를’이었다. 전국 100명의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화상으로 참여해서 위기상황 속 문화예술의 역할·예술인과 행정의 역할에 대해 큰 화두를 던졌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주목했다. 이에 힘입어 문화도시 예비사업 20여 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공동체의 화합과 치유를 강조하다

올해 3대축제와 문화도시 사업은 공동체성 강화와 코로나블루 치유가 화두였다. 

축제의 본질은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유럽의 축제들이 큰 역병과 전쟁 이후에 생겨난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축제들은 그동안 산업으로만 인식되어 소비적이고 수적 결과에 집착해서 지역공동체성을 간과해왔다.

춘천연극제의 히트프로그램 ‘석사천8PM’에서 시민들이 연극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제공=춘천연극제

인형극제의 ‘마실극장’, 연극제의 ‘석사천8PM’, ‘연극이 간다간다’, 마임축제의 ‘워킹스루:걷다 보는 마임’, ‘락-앤-락 프로젝트’, 문화도시센터의 ‘도시가 살롱’, ‘춘천을 살아가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자’ 등이 도시 커뮤니티와 마을을 찾아가서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코로나블루 치유의 장을 마련했다.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총감독은 “‘마실극장’등을 통해 시민과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됐고 축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강영규 마임축제 총감독은 “노인·장애인 등 축제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축제의 전환이 환경·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등 등 의식의 전환까지 이끌 수 있다.” 엄윤경 춘천연극제사무국장은 “야외공연장에는 산책 나온 주민들· 퇴근길 시민들·장바구니를 든 주부까지 춘천의 풍경이 다 들어있었다. 축제의 새로운 방향이 보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강승진 문화도시센터장은 “도시가 살롱 등 커뮤니티 사업을 통해서 지금의 여건에 맞는 문화 활동을 찾아가려했다. 나아가 마을 공동체의 문화 활동을 늘리고 시민 스스로 공동체의 의제를 찾고 해결해가는 사업까지 전개하고 있다. 이는 춘천의 전환을 위한 밑그림이 된다.”

올 해 축제와 문화도시사업이 문화예술의 존재이유를 되새기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게 된 건 공동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마임축제의 ‘워킹스루:걷다 보는 마임’은 산책로에서 공연을 펼치며 치유의 시간을 제공했다.      사진 제공=춘천마임축제
마임축제의 ‘워킹스루:걷다 보는 마임’은 산책로에서 공연을 펼치며 치유의 시간을 제공했다.     사진 제공=춘천마임축제

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되다

코로나시대 축제는 거대한 집합시설과 군중에게 작별을 고했고 문화예술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안전한 공간이 중요해졌다.

신뢰할 수 있는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공간에서 질병 등 불확실성을 없앤 문화예술행사만이 지속될 수 있다. 올해 춘천의 축제와 문화도시 사업은 섬·공원·산책로·옥상 등 시민의 일상 야외공간과 책방·공방·카페 등 도시의 소규모 공간에서 사회적거리두기와 방역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진행됐다. 

이러한 이유로 춘천의 자연과 도시환경이 더 중요해졌다. 도시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버려진 공간을 활용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제안…거버넌스와 통합 플랫폼

‘문화도시’ 춘천의 행정은 중앙의 지침을 그대로 통보하기 보다는 지역사정에 맞게 변환할 필요가 있다. 이에 축제와 문화예술프로그램 개최를 판단하는 거버넌스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방역·의료·가스·소방·경찰·축제·문화재단·시 등을 아우르는 위원회에서 개최 가부를 판단하고 미비한 점을 보강하도록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지시해야한다. 

축제와 문화예술행사의 정보제공·온라인공연 송출 등 모든 것이 가능한 춘천만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많은 문화예술 커뮤니티의 활동까지 담아서 누구나 쉽게 알고 즐기게 해야 한다. 최근 선보인 춘천문화재단의 ‘전환문화도시 춘천 wiki 플랫폼’을 더 발전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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