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MDA 도의회 보고 누락’ 감사
도지사·경제부지사 등 결재권자는 제외
과장·계장·담당 등 실무자들에게만 초점

춘천 레고랜드 사업을 강행하며 잇따라 파열음을 내온 강원도가 이번에는 ‘꼬리 자르기’ 감사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도는 지난 8월 도의회에 레고랜드 총괄개발협약(MDA)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내용을 축소·누락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민사회와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 이후 강원도가 이 사안에 대해 자체 감사를 진행해온 사실이 지난 24일 도의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24일 진행된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김규호)의 강원도 감사위원회 내년도 예산 예비심사. 이 과정에서 레고랜드 MDA 도의회 보고 누락과 관련한 강원도의 자체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 제공=강원도의회

문제는 감사의 과녁이 최문순 지사·정만호 당시 경제부지사 등 결재권자들은 비껴간간 채 과장급 이하 실무자들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야권은 “비겁한 책임 전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상화 도의원 “책임 전가 멈추고 감사대상 재지정하라”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김규호)는 지난 24일 강원도 감사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을 예비심사하는 과정에서 레고랜드 MDA 보고 누락과 관련한 감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앞서 강원도는 지난 2018년 말 영국 멀린사에게 춘천 레고랜드 시행권을 넘기는 MDA를 체결했고, 이에 따라 변경되는 강원도 권리의무 동의안을 강원도의회에 상정한 바 있다. 당시 동의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도의원들에게 MDA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올해 임대수익률 축소 등 일부 조항이 누락된 사실이 도의회 공개 시점을 한참 지나 드러나면서 허위보고와 공문서 위조, 동의안 처리 무효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심상화 의원은 “외국기업과 맺은 중대한 계약을 과장, 계장, 담당이 가감할 수 있겠냐”며 “이번 감사는 하급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감사를 철회하고 감사 대상을 다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우홍 적극행정지원관은 “전반적인 감사가 아니다”라며 “글로벌투자통상국이 의회 보고에서 문제가 됐던 임대수익률 축소 의혹에 대해 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대상이 한정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도당 “최종결재는 최 지사, 비겁한 책임 전가”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최문순 지사는 애꿎은 공무원들에 대한 ‘비겁한 책임 전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MDA 불공정조항 은폐의 최종결재자는 최문순 지사였다. 그런데 왜 애꿎은 실무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가? 매우 비겁한 책임 전가다. 도지사의 핵심 역점사업에 관한 중대한 협상 결과를 도의원들에게 보고하는데 실무 공무원들이 함부로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최문순 지사와 정만호 당시 경제부지사 등 결재권자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실무 공무원들만 감사하고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행정의 기본 상식마저 저버린 처사이다.”

정의당 도당 “레고랜드는 최 지사 주연 막장드라마”

정의당 강원도당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막장드라마도 이 정도면 소재가 떨어질 만한데 최문순 지사 주연의 레고랜드 막장드라마는 그 소재가 참 끊임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과 관련한 문제는 혈세낭비, 개장연기, 허위보고 등 끝도 없고 하나하나가 모두 충격적이었다. 이번에는 꼬리 자르기 감사에 배임의혹 경찰수사 소재가 추가됐다.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레고랜드 총괄개발협약(MDA) 도의회 보고 누락 건과 관련해 강원도 감사위원회가 감사를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 그 감사대상이 과장급 이하 직원들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강원도 감사위원회의 자체감사로 진행할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다. 당시 행정사무감사를 피하고 자체감사로 추진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 생각이 궁금할 따름이다. 지난 8월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레고랜드 내 주차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의혹으로 고발장을 제출한 것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레고랜드 진사조사위’ 출범해야

강원평화경제연구소도 입장을 밝혔다.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최문순 지사가 사업 정상 추진에 책임을 지겠다고 하더니 궁지에 몰리자 하급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행정을 보여주었다. 꼬리 자르기, 면피성 자체감사를 즉각 중단하고 강원도와 강원도의회,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레고랜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업 부실 추진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 불공정계약과 혈세 낭비 논란에 이어 개장 연기 결정으로 비판을 키우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정의 춘천 레고랜드 사업이 이번에는 책임 전가식 자체 감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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