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94.3%가 직장 내 괴롭힘·모욕적 언행 겪어
전교조강원지부…권위적 조직문화·처벌부족 때문

강원도 공립유치원 교사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비민주적 운영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 24일 도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 공립유치원 직장 내 괴롭힘 및 비민주적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교조 강원지부 유치원위원회가 도내 공립유치원의 실태를 보다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10월 22~30일에 도내 유치원 교사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교조 강원지부가 24일 도교육청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강원도 공립유치원 직장 내 괴롭힘 및 비민주적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교조 강원지부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또는 비민주적 운영 사례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94.3%였다.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당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모욕적 언행(욕설·폭언·반말·불필요한 신체접촉·외모나 신체 비하), 부당한 업무 지시나 배제 순으로 응답했다.

일부 사례는 다음과 같다. △원장 또는 원감이 기분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교육과정을 마음대로 변경 △임신 중인 교사에게 “배를 왜 그렇게 내밀고 다니냐, 우리 때는 티도 못 내고 다녔다”고 발언 △기간제 교사에게 재채용을 빌미로 부당한 업무 지시 △원장 또는 원감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지속적 호출과 늦게 퇴근시킴  △조산 위험이 있어서 병가 제출하려고 했으나 승인을 하지 않아서 병가를 못 쓰고 결국 조산함 등이다.

직장 내 괴롭힘과 비민주적 운영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8% 이상이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 원인으로 권위주의적 조직문화(70.5%)와 처벌부족(53.4%)을 꼽았다.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는 보복, 불이익 등 2차 피해 우려가 87.5%로 가장 컸다. 또한 도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46.6%)도 높게 나왔다. 

그러한 탓에 응답자의 81.3%가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징계 및 처벌 강화(84.1%)와 법과 제도 정비(22.7%)를 꼽았다. 

김윤덕 전교조 강원지부 유치원 위원장은 “그 어느 곳보다 배려와 존중,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 유치원 현장에서 교사들은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은수 전교조 강원지부장은 “강원도교육청은 원장·원감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지원, 가해자 처벌 강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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