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옥 (인문치유상담사)

시간을 지나도 문득문득 마음에 후회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마다 자책하고 그 마음의 짐에서 벗어나고자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나에게 벌을 주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폭력 대화에서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자기 공감으로 애도하라고 한다. 애도의 과정에 대해 나의 사례를 들어 공유해보려 한다.

나의 아들이 6살 때의 일이다. 나는 아들을 집 옆의 작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었다. 어느 토요일 부모참여 수업이 있어서 어린이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날의 수업내용은 아들과 함께 만들기를 하는 것이었다. 만들기를 하는 도중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냥 “가자”하며 어린이집을 나와 집으로 왔다. 아이는 어리둥절하다는 듯 “왜…. 요….”하며 따라왔다. 문득 아이와의 갈등이 있을 때 가끔 그날 아이의 표정과 나의 허둥지둥하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감정이 들 때면 나 자신에게 “너는 좋은 엄마가 아니야,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도 없이 그렇게 집으로 데려오니…. 너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준 거야. 넌 좋은 엄마가 아니야!!”라며 심한 자책을 한다. 어린이집 방문 이후 이런 자책감으로 괴로워한 시간은 상당 기간 반복되었다.

나는 왜 그날 그런 행동을 했을까를 질문하며 나 자신에 대한 공감을 시도해보았다. 나는 그날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일하고 아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갔다. 함께 만들기를 했는데 아들이 그 안에서 가장 천천히 만드는 듯 보였다. 나는 아들을 재촉하기 시작했으나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날 나는 지치고 힘들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아들을 계속 재촉하다 화를 크게 낼 것 같았다. 나 자신과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쉬고 싶었다. 나는 그날 나쁜 의도로 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의 순간에 더 강한 나의 아름다운 욕구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후에 그 욕구 이외에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로 인해 애도가 올라오는 것이다. 그날 휴식과 자기보호의 욕구를 위해 집으로 왔지만, 애도가 올라왔던 충족되지 않은 나의 욕구는 무엇일까? 그것은 수용과 소통이었다. 먼저 수용했어야 할 욕구다. 아들의 만들기 속도를 온전히 수용하고 얼굴이 붉어질 수도 있다는 나의 민망함도 그럴 수 있음을 수용했어야 했다. 다음은 소통이다. 아들에게 어떤 부분을 도와줄지 아니면 기다려줄지에 대한 소통과 나의 피곤함을 알려주고 상의해서 그곳을 나올지 말지에 대한 소통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자책의 근간은 이런 부분에 대한 애도에 있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던 그 시절의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그래도 아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시간을 내서 수업에 갔는데…. 지친 몸과 마음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을 통해 나는 몸과 마음의 휴식이라는 욕구의 수용과 함께 소통의 욕구도 수용하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다음에 이런 일이 있다면 우선 나 자신의 마음을 살핀다. 나의 욕구를 연결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나의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 후 시간을 들여 상의하고 결정한다는 과정을 밟아야 하지 않을까.

나의 자책은 나의 삶을 생동감 있게 하지 못한다. 우울한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실수라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나의 아름다운 욕구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그날의 나를 공감해보자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날의 나를 위로해보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