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석역사문화방

춘천시 교동 삭주로 31-1(향교 옆) ‘남석 역사문화방’을 찾았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물씬 배어나는 남봉희 대표의 20평 남짓 아담한 전시장이다. 40년 동안 수집한 진귀한 역사적 사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소장하고 있는 사진은 무려 2천∼3천 장쯤 된다고 한다.

들어서자마자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승만 대통령의 춘천 방문 기념식수 사진, 춘천댐에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시민들과 찍은 사진은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사진이라고 한다. 이기붕 당원증, 100년 전 독도 사진, 일제 강점기 흑백사진, 봉의산에서 내려다본 시대별 춘천 시내 전경 사진도 재미난 볼거리다. 70년대는 보안 문제로 상공에서 사진 촬영이 불법이라 구하기 여간 어렵지 않은데 이 전시장에는 상공 흑백사진도 있다.

40년 동안 사진, 책, 신문을 수집한 남봉희 대표

시내 전경을 연도별로 스크랩하여 춘천시가 변해가는 세월을 사진으로 볼 수 있도록 엮었다. 공장 굴뚝이 보이기 시작하고, 아파트가 하나둘씩 세워지는 변화를 기사와 사진으로 다시 접할 수 있었다. 남 대표는 깊숙이 소장하고 있던 춘천시 대형 전경 사진을 펼쳐 보여 주었다. 공지천 다리 옆 팔각정이 보이고, 정겨운 오리 배와 띄엄띄엄 수상 포장마차 사진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오래된 옛 사진들이 춘천 시민의 관심과 애정을 기다리는 듯했다. 최근에 산 낡은 사진은 100년 전 독도 사진이다. 돋보기로 확대하여 보여 주었는데 사진 속에는 일장기가 게양되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 대표의 수집은 1982년부터 시작돼 역사가 깊다. 사료가 쌓이면서 그간 여러 차례 전시회도 열었다. 2013년에는 ‘예맥’ 고미술 회원전 사진 전시회가 ‘강원도와 대통령’이란 부제로 KBS 춘천방송총국 전시실에서 열렸다. ‘예맥’ 고미술 회원, 시민들, 학생들을 포함해 관람객이 많았다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했다. 

전시장 한쪽 벽에 ‘정치는 참고, 역사는 자랑해라’라는 문구를 걸어놓은 남 대표는 세월이 흘러도 역사는 대통령을 기억하고 추억한다고 말했다. 흑백사진을 구입한 후 사진 속 인물의 신원을 파악하려 백방으로 알아보다 관련 책을 사 모으기도 했다 한다. 지휘봉을 들고 관련 사진 한 장 한 장을 짚어가며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수집만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열정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남봉희 대표의 남석역사문화방 전경

남 대표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은 1910년 일제 강점기부터 신문, 잡지를 스크랩한 낡은 사진첩이다. 역사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칫 폐지나 고물로 분류돼 소각장으로 갔을 법한 물건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남석역사문화방에는 그러나 이런 물건들이 많다며 자신은 금전적 욕심이나 명성을 바라지 않아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곧 그 나라의 역사’라는 소명의식으로 한 점씩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남 대표에게 향후 계획을 묻자 자신의 소장품을 가치 있게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역사적 자료로 쓰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첨언도 했다. 앞으로 전시계획은 없지만, 옛날 신문을 구해 기사와 사진을 수집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 했다.

현직 대통령이나 미래의 대통령이 강원도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과 함께 과거의 대통령이나 역사에 관한 관심이 없는 요즘 세태를 아쉬워했다.

남석역사문화방은 전시장이자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과거를 회상하고, 변해가는 춘천을 추억하는 놀이터다. 흑백의 정겨운 사진이 전시된 무료 상설 전시장을 찾아 춘천시의 변화과정을 더듬어 추억해 보길 바란다.

김현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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