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정부가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춘천시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구한 시정부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선정 작업은 그 취지가 좋다. 무엇보다 시장의 공약을 포함해 시정부가 필요하다고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시민의 바람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봐서 내년 중점 추진과제 채택 여부를 결정하려는 의도가 ‘시민이 주인’임을 내세우는 시정 방향과 맞아서다. 그런 만큼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를 찾아보기 위한 과정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지막한 알림(팝업)창을 만들어 얼른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있는 여러 창 가운데 하나인 정책 제안 플랫폼 ‘봄의 대화’ 창을 누르고 들어가 여러 가지 탭 가운데 ‘정책 제안’을 누르고 거기서 나오는 여러 가지 메뉴 가운데 제일 하단에 있는 ‘시민이 선정한 시정부 10대 정책’을 누르고서야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결과가 지난달 30일 자정에 만들어졌으니 12월 첫 한두 주 동안은 대대적으로 홍보할만한 데 왜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시정부의 노력이 적지 않았고 1천330명이라는 참여 인원의 숫자도 적지 않은데 왜 그 결과를 이렇게 숨겨놓다시피 했을까 궁금했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용을 살펴보면 시정부가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 의미 있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내년 중점 시행정책이 될 10대 과제를 유사한 내용으로 묶어보면 크게 두 가지 내용이 두드러진다. 민생경제 회복, 환경 보호다. 민생경제 회복은 코로나19로 인해 파탄 나다시피 한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경제지원책을 내년에 우선적으로 시행해달라는 요구다. 1위를 차지한 모든 시민에게 ‘춘천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283표/7.1%), 6위를 차지한 춘천시민의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시세 감면(160표/4.0%)이 그 내용이다. 환경보호는 4위를 차지한 2050 1억그루 나무심기(161표/4.1%), 8위를 차지한 춘천이 만드는 안전하고 행복한 자전거 라이프 실현(144표/3.6%), 10위 친환경 대중교통 시스템 구축(141표/3.5%)으로 묶어볼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특징은 시가 역점을 두고 많은 재정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사업이 약세를 보인 점이다. 11위를 차지한 ‘반려동물 메카도시’로의 도약’(138표/3.5%), 13위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134표/3.4%), 14위 친환경 로컬푸드 지원을 통한 춘천시민 ‘먹거리 기본권’ 보장(133표/3.3%), 19위 지역사회혁신 거점공간 ‘커먼즈필드 춘천’(102표/2.6%), 24위 춘천형 문화특별시 조성, ‘예비문화도시’ 지정(83표/2.1%), 25위 학교 안 창의예술교육 시행(1인1예술교육 지원)(81표/2.0%) 등의 사업이다. 근소한 표 차이로 10위안에 들지 못한 정책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운 결과다. 혹자는 10위 안에 들어가 있는 정책들 가운데 육아, 자전거 등과 같은 정책은 온라인 활동을 부지런히 하는 청장년층이 단체의 힘을 빌어 만든 결과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만 생각할 수도 없는 측면도 있다. 

좀더 아쉬운 사실은 새로운 일을 많이 만들어낼 전진기지로 보이는 사업이 밀렸다는 점이다. 노인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지혜의 숲’ 정책이 30위(57표/1.4%), 청년청이 32위(55표/1.4%), ‘근화동396 청년창업지원센터’가 33위(46표/1.2%), 춘천시농업회의소가 31위(56표/1.4%)를 차지한 결과는 많이 안타깝다. 

시정부는 시정부와 춘천시민 사이에서 보이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할 방안 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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