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현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생활교사) 

고탄리에 왜 왔니?

“스무 살부터는 월세 받을 거야”

부모님의 확고한 철학이었다. 어차피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면 무의미한 아르바이트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체에 몸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거의 졸업과 동시에 별빛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인생 계획보다 30년 정도 일찍 시골에 살게 됐다. 자가용이 없어서 우울한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순탄한 날들이 이어졌다. 다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심심하지는 않니?”라던가 “한참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놀 나이인데 직장과 집만 들락거려서 어떡하니?”와 같은 걱정과 빈정거림이 적절히 섞인 질문에 답하며 쓴웃음을 짓는 일이 빈번했다. 당당하게 “저는 행복해요!”하고 답하고 싶었다. 아직도 지역과 청년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면 야무지게 살면서 증명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겠다,

누군가에게는 블루오션

농촌에는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도 없고, 신선 식품을 살 수 있는 상점도 없다. 도시와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욕구를 찾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된다. 얼마 전에 처음으로 동네 친구가 생겼다. 스무 살 유튜버 S군인데 연고도 없는 춘천 시골에 들어와서 도네이션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했다. 이 먼 곳까지 누가 찾아올까 싶었지만 게스트 모집 게시물을 올리면 1분 내외로 마감이 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사업의 규모는 꾸준히 커져서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운영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종종 이곳의 청년 방문객들과 어울리고는 했는데 그들은 수수한 시골풍경만 보다가 돌아가도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작 타는 소리를 듣는 것, 흘러가는 별을 구경하는 것, 아침에 황금빛 논두렁을 거닐어 보는 것, 이 밖에도 농촌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됐다. 종합해보면 방문객 대부분이 시골살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농촌이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새로운 세대에게(유튜브 구독자의 평균 연령대이다) ‘힙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S군은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춘천에 뿌리내릴 의사도 있다고 했다. 농촌에서 청년들이 으쌰으쌰하는 공동체를 모델링하여 전국에 확신시키고 싶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상상은 자유니까

우리 동네에 반년 정도 머무르면서 진지하게 농촌에서의 미래를 구상하던 친구가 있었다. 계속 이곳에 살고 싶어 했는데 안타깝게도 일자리와 주거 공간 마련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도 별빛이 없었다면 이 마을에서 살 수 있었을까? 마음껏 상상해본다. 춘천에 농촌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활성화시킨다면 어떨까. 빈 집을 리모델링하고 일자리 연계 사업을 시행하는 등 정책적인 기반이 마련된다면 귀촌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청년들에게 도시를 제외한 여러 가지 선택지가 생기길 바란다. 농촌에서 보내는 일상도 다채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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