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이를 입양한 지 어느새 반년을 훌쩍 넘었다. 지난 6월 5일에 데려왔으니 7개월도 더 지난 셈이다. 그동안 춘삼이에게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들이 꾸준히 훈련을 시켜 이제는 “앉아”, “손”, “엎드려”, “기다려”, “하우스” 등의 명령도 척척 수행해 낸다. 이뿐만 아니라 늦가을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많이 돌아다녀서 체력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기저귀를 찬 춘삼이. 표정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춘삼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확연히 느껴질 정도이다. 처음에는 다른 개를 보면 관심을 보이다가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꼬리를 말고 피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제 컹컹 짖으며 맞서 싸운다. 또 산책을 할 때도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따라왔지만 지금은 앞장서서 걷다가 조금 꾸물거리기라도 하면 뒤를 돌아보며 눈치를 주는 정도이다.

춘삼이가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물론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자신감 회복에 따르는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그것은 처음과 달리 이제 너무나도 당당하게 ‘마킹’, 즉 소변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산책을 할 때 한 번도 마킹을 하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지나치게 붙어서 집안에 까지 마킹을 하기 시작했다. 책상 다리라든지 툭 튀어 나온 벽에 체취를 바르고서 늠름한 표정을 짓는 녀석을 보노라니 기도 안 차는 노릇이었다.

결국 몇 주간 씨름을 하다가 하는 수없이 지난주부터 매너패드라고 불리는 반려견 기저귀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더 이상 마킹을 할 수 없게 되자 춘삼이가 갑자기 풀이 죽어버렸다는 점이다. 이제 어떻게 다시 기를 살려야 할지 고민 중인 상황이다. 정말이지 쉬운 일은 아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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