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늘은 절기상 동지(冬至)이다.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당장 내일부터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므로 옛날부터 이날이 지나면 새해가 밝아온 것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중국 주나라와 당나라에서 이 동지를 설날로 삼은 기록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고려 시대 충선왕 대까지는 동지를 설로 삼았으리라 짐작된다. 옛사람들이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전한 것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동지에는 중요한 절기 음식이 있는데 바로 팥죽이다. 하지만 올해 같이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떡을 먹었다고 한다.

동지에는 중요한 절기 음식이 있는데 바로 팥죽이다. 동지에 팥죽을 먹지 않으면 빨리 늙고 잔병이 많아진다고 하였다. 이는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으로, 사악함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팥죽의 붉은색이 악귀를 쫓는다는 것은 우리 민속 신앙과 관련이 있다. 동면 상걸리에서도 팥죽을 쑤어 먹는 이유가 귀신을 쫓기 위해서라고 하였고, 사북면 고성리의 경우에는 살풀이를 위해서 먹었다고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팥죽을 만들어 먹기 전에 먼저 사당에 한 그릇을 올리고, 집안 여기저기에도 팥죽을 두었다가 먹기도 한다. 사당에 올리는 것은 조상에 대한 예의이며 나머지는 집안 곳곳의 액귀를 물리치게 해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적극적으로는 팥죽을 집안 곳곳에 뿌리기도 하는데, 솔가지 등에 팥죽을 묻혀 대문이나 장독대 등에 뿌린다. 이때도 팥죽의 붉은색이 액운을 물리쳐주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팥죽을 쑬 때는 경단을 만들어 넣는데 주로 찹쌀가루로 만들고 ‘옹심이’라고 부른다. 찹쌀가루가 없으면 수숫가루로 만들기도 한다. 동면 상걸리에서도 찹쌀가루로 옹심이를 만들어 넣어 먹었다고 한다.

동지이지만 오늘은 팥죽을 먹지 않는다. 올해 동지는 ‘애동지’이기 때문이다. 동지에는 ‘애동지’, ‘중동지’, ‘노동지’가 있는데, 동짓날이 음력 동짓달(음력 11월)과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불린다. 동지는 양력으로 12월 22일 즈음으로 낮과 밤의 길이에 따라 앞뒤 다른 날이 되기도 한다. 동짓날이 음력으로 11월 초순 안쪽일 경우 ‘애동지’, 11일에서 20일 사이면 ‘중동지’, 21일 이후에 해당하면 ‘노동지’라고 하였다. 올해 동지는 음력으로 11월 7일이므로 ‘애동지’에 속한다.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아이들이 탈이 난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먹지 않았다. 사북면 고성리 어른의 말에 따르면 이때는 팥죽 대신에 팥떡을 먹었다고 한다.

점점 심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연말연시의 풍경이 말이 아니다. 팥죽이라도 쑤어서 실컷 뿌리고 싶은 심정이다. ‘애동지’라 그나마 팥죽도 먹지 못하니, 집에서 팥떡이라도 만들어 먹으면서 이 긴긴밤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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