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안녕하세요, 춘천시 보건소입니다. 귀하의 코로나19 검사결과는 <음성>(Negative) 입니다.” 

지난 11일 아침 8시, 이 문자를 받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아이의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 등교했던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족들도 가정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지속해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아이의 검사결과 메시지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기억될 것이다. 해결방법을 알 수 없어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최선을 다하며 한해를 살아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은 신체, 의사소통, 예술 경험, 사회관계, 자연 탐색의 모든 것들을 관계 속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모방하며 배운다. 세상을 향한 사랑과 신뢰를 생래적으로 갖고 왔기에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긍정적으로 여기며 받아들인다. 

춘천시의 모든 어린이집은 지금 휴원 중이다. 가정보육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긴급보육을 운영하고 있다. 종일 마스크를 하고, 양치질도 하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도 친구와 거리를 두고 앉아 이야기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이들도 습관이 되어 마스크를 잘 쓰고 있다. 가정보육으로 집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린이집을 그리워한다. “내일은 어린이집 갈 수 있게 해주세요” 기도한다는 메시지에 마음이 뭉클하다. 

세계를 덮은 불안감, 사랑하고 보고 싶은 이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요즘,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 또한 우리는 극복해야 한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는 사람들, 한밤중에 깨어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 거리 두기가 잠시 완화된 시기에 열린 부모와의 만남에서 듣게 된 이야기다. 영유아기는 주변의 모든 것을 모방한다. 슈타이너(Steiner)에 의하면 아이는 주변의 물질적인 것들뿐 아니라 환경에서 일어나 아이의 감각에 지각되는 모든 것,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아이의 정신적 힘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방한다고 한다. 이렇게 모방한 것들로 아이는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밤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우는 아이의 엄마에게 내가 해 준 말은 “엄마의 마음이 편안해야 해요”였다. 종교가 있다면 믿고 있는 신에게, 없다면 아이를 보내준 삼신할머니에게, 혹은 멀리 계신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아이의 수호천사에게, 아이의 손을 잡고 평안한 밤을 부탁하는 기도를 해 보시라고 제안했다. “사랑하는 수호천사님~ 우리가 밤 동안 좋은 꿈 꾸며 잘 잘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잘 자고 아침에 환하게 빛나는 해님을 만나 즐거운 하루를 지낼 수 있도록 푹 잘 자게 도와주세요.” 얼마 후 놀랍게도 그 엄마와 아이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많은 수호천사가 있다.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밤낮없이 애쓰는 의료진들, 방역에 애쓰며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공지하는 관공서, 자가격리하는 이들을 위해 방역물품과 먹을거리를 챙겨 배달하는 이들, 온라인으로라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앉는 선생님들(그 자리에 앉기까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감동을 주는 수업을 하기 위해 종일 작업을 한다 들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수시로 공간을 소독하는 사람들, 백신 개발을 위해 혈장을 기증하는 사람들,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며 경로를 단순화하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의 수호천사이다. 불안으로 하루를 보내기에 앞서 우리를 의지하고 따르는 아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이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달 우리는 두 번의 온라인 잔치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지친 가정에 작은 꽃다발 하나씩을 전하고, 아이들과 꽃을 우리만의 온라인공간에 공유해 주기를 부탁드렸다. 속속 아이들과 꽃 사진이 올라왔다. 꽃다발과 함께 웃고 있는 꽃보다 예쁜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 어린이집 생일이 있던 12월 초에는 작은 밀랍 초를 각 가정에 보냈다, 온라인에 불 밝힌 촛불을 올려 다 함께 생일축하를 했다. 각 가정에서 밝혀온 많은 촛불이 우리의 1주년을 축복하고, 코로나19를 잘 견뎌온 한해를 위로했다. 만나 함께할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을 연결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코로나19는 물론 그 어떤 것도 우리는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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