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빈집들, 문화시설로 활용하자

‘활동 공간이 부족하다.’ 춘천의 문화예술인과 생활예술동호회 회원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아쉬움이다. 

예술인들은 ‘함께하는 문화도시 만들기 : 예술인 차담회’와 전환문화도시 예비사업 피날레 세부행사 ‘삶과 도시의 전환 : 이슈 발굴 종합 라운드테이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생활예술동호회들도 연습 공간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시정부는 옛 캠프페이지에 들어설 창작종합지원센터와 옛 기무부대 터에 지어질 예술촌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창작종합지원센터의 완공은 캠프페이지 환경오염 때문에 2025년으로 늦춰졌고, 예술촌이 2022년에 문을 열더라도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문화도시라고 자처할 수 있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올 만하다. 대안이 없지 않다.  춘천 곳곳에 방치된 빈집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춘천의 빈집은 시내 동 지역에 402채이고,  읍면지역 빈집은 약 187채이다. 시정부는 외곽 마을의 실제 빈집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며 내년에 용역을 통해 꼼꼼히 파악할 계획이다.

일본 교토시 빈집 재생 지원조직 ‘HAPS’의 활동을 참고할 만하다. 교토의 경우 시내에 약 11만 채의 빈집이 방치되어 있었다. 집주인들은 개보수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HAPS’는 빈집데이터를 모은 후, 교토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임대를 원하는 빈집 주인을 연결시켰다. 이후 양쪽의 요구를 절충하며 계약을 도왔고 재생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팀과 논의를 거쳐 지역의 건축기술자와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워크샵 방식으로 집을 수리했다. 모든 과정은, 빈집을 활용하고 싶은 예술가들이 직접 개보수 할 때 참고하도록 매뉴얼로 만들었다.

춘천 곳곳에 자리한 빈집을 창작전시연습 공간으로 활용하자. 사진은 춘천의 한 동네에 있는 빈집.  출처=춘천도시재생센터

춘천문화재단과 ‘강원살이’가 이주 청년예술가들 유입과 활동을 위해 마련한 ‘인생공방’과 ‘전환가게’도 이와 유사하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춘천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에게 제공된다. 빈집 프로젝트는 두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춘천의 각 동마다 예술가들과 생활예술 동호인들이 언제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최소 3~4곳 조성된다면 문화도시 춘천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나아가 빈집 재생이 청년창업공간, 돌봄시설 등으로 이어진다면 정주여건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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