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성 시집 《나의 장미여》

김택성의 시집 《나의 장미여》는 불교와 기독교적 세계관과 사유가 담겨있거나 자연·삶·실존적 고민 등 을 다루고 있다. 그렇게 쌓아올린 시 세계에는 자아 찾기라는 핵심 주제가 곳곳에 새겨있다.

〈나한전〉, 〈극락보존〉, 〈목우도〉, 〈봉인사〉, 〈청평사〉 그리고 〈자기 앞의 生〉, 〈겟세마네 1·2〉, 〈사막〉, 〈길〉, 〈시장〉,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은 각각 불교적 사유와 기독교적 세계관을 통해 현대인의 존재와 삶을 따뜻하게 때로는 웃음기 없이 풍자한다.

특히 〈청평사〉는 ‘공주와 상사뱀’ 설화에 심우도(불교의 선종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수행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과정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를 인용하며 깊은 사유를 완성한다.

시는 종교적 사유를 지나 현대인의 존재적 불안에 대한 통찰로 나아간다. 사랑이 사치가 된 나이든 사내의 넋두리 〈나의 장미여〉, 찢어진 속옷을 통해 퇴직을 앞둔 남자의 헛헛함을 담백하게 그려낸 〈세월〉, 어느 날 느낀 절대고독을 쓴 술로 달래는 〈무無〉까지 다양하다. 시인의 솔직한 자화상이다.

모든 시가 무겁지만은 않다. “바람이 불다 나의 마음 매미가 울다” 〈여름〉의 전문이다. 하이쿠처럼 상쾌함을 전한다. 〈큐피트 화살〉, 〈부활〉, 〈POEM詩〉, 〈가을〉, 〈겨울〉, 〈여름편지〉 등도 그러하다.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시대, 잠 못 이루는 독자는 시인과 함께 인간존재에 대한 탐구의 길을 떠나거나,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시와 함께 따뜻한 계절을 그려보면 좋으리라.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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