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모든 지자체들의 공통된 숙제이다. 춘천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정주여건 의식변화 등으로 최근 유입인구가 늘어나긴 했지만, 일자리와 주택 등 해결과제도 많아서 상황이 좋아졌다고 속단 할 순 없다. ‘(사)강원살이’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청년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2019년에 조직된 청년 중심의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그들을 소개한다.

설립배경 특히 강원의 청년단체들이 의기투합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강원살이 사무국 식구들을 소개한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병준 팀장, 유지영 사무국장, 유다현 매니저, 김혜원 매니저.

오석조 이사장 “청년정책의 다양성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했다. 한국의 청년정책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처럼 취·창업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건 일자리 부족뿐만 아니라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환경기반 부족도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임으로 지역놀이문화를 확산하고, 질문과 대화로 나다운 삶을 만들어가고, 실험으로 지역 정주가능성을 확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병준 팀장 “그를 위한 활동을 어디서 어떻게 펼쳐가야 하나? 라는 실행방안을 그리기 시작했고, 2016년 ‘강원도 청년 기본조례안’을 만드는 등 청년의제 발굴에 힘써온 ‘문화인력양성소 협동조합 판(춘천)’, ‘낭만사(원주)’, ‘문화협동조합 피올라(원주)’, ‘강릉청년공동체 청년나루’ 등이 의기투합해서 지난해 5월‘(사)강원살이’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커먼즈필드에 입주해있고 팀장, 사무국장, 두 명의 매니저가 상근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지현탁, 박승환, 최락철이 이사를 맡고 있다. 회원은 50여 명인데, 도내 거주 20~39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향후 강원도 청년 광역네트워크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왼쪽)‘2020 히든페스타 Season2 : 서울 X 춘천’의 ‘중도에 보물이 있다’에서 청년예술가들이 과거 소풍 명소였던 중도의 추억을 재현하고 있다. (오른쪽)‘Walk# Chuncheon’에 참가한 청년들이 춘천에서 ‘나답게’살아가는 춘천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솔바우하우스’(사북면 송암리) 최지혜 대표(꽃을 든 인물)와 참가자들.          사진 제공=강원살이

올 해 많은 사업을 펼쳤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을 소개해 달라.

유지영 사무국장 “프로그램의 핵심은 ‘나다움’을 찾는 것이다. 나다운 삶을 사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면 지역은 청년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다운 삶’의 가장 기본인 ‘취향’을 찾는 청년커뮤니티 ‘오·프·너(오늘의 Friend, 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춘천·원주·속초·강릉을 중심으로 53개의 모임에 391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비대면 온라인 버전인 ‘오.프.너 방콕 ver’를 진행했다. 켈리그라피·요리·자수·방울토마토 키우기 등 집콕 놀이 키트를 제공하고 온라인 모임도 열었다. 160여 명의 청년들이 참여했고 함께 하는 여가생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 보람이 컸다. 

봄에는 ‘엽서마실’을 진행했다. 오프라인 접촉이 어려운 시대에 24명의 청년들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고 서로를 격려하며 청년 네트워크 지속 가능방안을 모색했다.

‘2020 히든페스타 Season2 : 서울 X 춘천’의 일환으로 두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중도에 보물이 있다’는 9월에 하중도 생태공원 등에서 보물찾기 형식의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10월에 열린 ‘히든빌리지 용궁장’은 오래된 여관 ‘용궁장’에 청년 예술가 15명이 이틀 동안 머물며 체험·창작·전시를 벌인 프로그램이다. 

11월에 진행한 ‘Walk# Chuncheon’은 타지 또는 지역 청년 27명이 2박 3일 동안 춘천의 게스트하우스 ‘나비야’에 머물며, 나만의 방식으로 춘천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만나거나, 온전히 ‘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삶을 고민했다.

김병준 팀장 “‘빈집프로젝트’도 중요하다. 청년 예술가들이 춘천에 이주해 왔을 때 집과 생계 등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생활권 소규모 문화공간이다. 예술가들이 머물며 주민들과 문화예술활동을 펼치는 ‘인생공방’은 ‘몸의 대화’팀이 입주해서 활동을 시작했고, 예술가가 문화예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그 산물을 지역과 나누는 ‘전환가게’는 새해 1월에 문을 연다.”

‘오.프.너 방콕 ver’ 스크래치아트 모임(왼쪽)과 방울토마토 키우기 모임(오른쪽)에 배송된 키트.       출처=강원살이 인스타그램

춘천문화재단 등 다른 문화기관의 프로그램과 닮기도 했다. 차별점이 필요하지 않나?

유지영 사무국장 “반드시 차별화 되어야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유사하더라도 더 많은 프로그램이 생겨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체험하고 즐겨야 한다. 그게 더 중요하다.”

김병준 팀장 “문화재단이나 사회혁신센터 등은 조례와 정책에 의해서 시민의 문화적 향상을 책임지는 미션을 수행한다면, ‘강원살이’는 순수 민간출자로 이뤄진 곳이기에 더 많은 실험과 상상이 가능하다. 앞으로 차별점이 많이 부각 될 거다.”

청년이 행복한 ‘춘천살이’를 위해 꼭 개선되어야 할 것을 꼽아본다면?

오석조 이사장  “코로나시대 청년들을 위한 복지확대 그리고 시정부의 청년정책이 다양하고 유연해져야 한다.”

김혜원, 유다현 매니저 “교통문제 개선이다. 춘천은 자연환경도 좋고 청년들이 즐길만한 공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외곽에 많아서 차량이 꼭 필요하다. 청년에게 편리한 대중교통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유지영 사무국장 “다양성이다. 춘천의 청년들은 나를 드러내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느꼈다. 도시가 작아서 금방 소문 날거라는 염려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비대면 프로그램에서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걸 보고 놀랐다.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내년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가?

김병준 팀장  “빈집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 문화예술을 통해 청년들의 정주 여건이 나아지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유지영 사무국장 “나다움을 발견하는 워크숍과 프로그램을 내년 초에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개발중인 ‘나다움키트’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강원 청년들을 만나려 한다.”

오석조 이사장  “육아·채식·자전거(교통)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운영될 거다. 그를 통해 늘어난 지역 애착심을 바탕으로 청년정책 제안과 지역이슈 해결 실험까지 나아가려고 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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