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19를 떠올릴 것이다. 코로나19에 어떤 다른 수식어나 설명이 붙을지언정 코로나19가 빠진 표현을 상상하기 어렵다. 해가 시작되면서 본격화되었고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니 코로나19는 2020년을 온전히 관통한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했듯이 코로나19는 단순히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현상으로만 볼 수가 없다. 새로이 변이가 생겨 앞으로도 또 다른 대 유행병 사태를 일으킬지 백신과 치료제로 완전히 극복되어 계절병으로 남을지에 대한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분석과 판단도 관심거리이지만 더 큰 관심은 다른 데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인류문명 전체를 새로이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이런 논의가 생물·의학적인 관심을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가 겪은 다양한 도전과 이로 인한 기존 문명 새롭게 보기가 지속되면서 인류는 지금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고 있다. 아직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새로운 세상 운운하는 사람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다른 가능성이 보이기도 한다. 비근한 예이지만 연말 풍경만 보더라도 그렇다. 올해는 그 당연한 송년회라는 단어가 실종됐다. 아무리 빠지려고 해도 좀처럼 피해갈 수 없었던 행사였고 아무리 생산적인 방식으로 바꿔보자 캠페인을 벌여도 늘 폐단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자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송년회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쉬워하는 이야기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문화의 한 조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험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지금 인류는, 춘천시민은 너무나 당연해서 자연스럽기까지 한 현상이 사라진 현장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이른바 혁명이 일어난 시기에 경험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서구에 일어난 16세기 종교 개혁이 그랬고, 18세기 부르주아 혁명이 그랬다. 가까이는 20세기 들어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된 공산주의 혁명에서도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던 현상이 달리 느껴지는 상황이 발발했다.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로마교황청이나 왕가의 사람이 나와 다르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었다. 노동자와는 질적으로 다른 계급으로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부르주아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피하기 어려웠던 ‘망년회’, ‘송년회’가 자연스럽게 없어지자 이 자리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메웠다. 새로 경험해보는 세밑 풍경을 두고 거칠게는 두 가지 선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는 너무 불편하니 상황이 바뀌면 과거로 복귀하자, 새로이 경험해 본 현상이 주는 이익이 크니 확대 발전시키자. 전자가 복고라면 후자는 개혁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제안해본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자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서로 허락하는 조금은 느긋한 사회에서 조금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새 문명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이참에 토목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 위주의 전시 행정이라는 익숙함에서 벗어나자는 제안도 해본다. 겉으로는 뭔가 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었으나 사실상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사업은 이제부터 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정밀한 계산도 없이 시작해 세금 먹는 하마 역할을 했던 레고랜드나 알펜시아와 같은 사업은 새해부터 더는 보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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