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물 관리 분야의 좋은 사례를 보면, 지역 시민사회는 물론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형태의 물 관리가 소유역 단위에서부터 대유역 단위까지 체계화되어 있어 합리적이며 지속가능한 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생태적 가치를 포함한 지역 시민사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도심하천 관리 정책이 계속된 탓이다. 물론 지자체로서는 도심하천 복원사업과 관련하여 공청회나 사업설명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알리고 의견도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을 뿐, 사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집행과정과 사후 관리에까지 지역 시민단체나 지역주민은 주체로서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도심하천 복원사업 자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낮고 도심하천의 수질이나 생태·환경 개선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 역시 낮다. 당연한 결과다. 좋은 물 관리가 이해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봤을 때, 지역사회와 괴리된 지자체 중심의 도심하천관리는 비용의 측면에서나 사업효과의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며 비생산적이다. 지속가능한 도심하천 관리가 어렵다는 뜻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진행된 청계천+20 사업은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이라는 이름과 목표를 내걸고 확산된 도심하천 복원 사업이었다. 이름 때문에 생태-환경적 가치가 반영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매우 달랐다. 콘크리트로 다듬어진 수로를 커다란 자연석으로 바꾸고 자전거도로-산책로 등을 설치하고 정화식물들이 식재되는 등 외형은 변화하였지만, 여전히 수로는 직선 형태를 유지했다. 낙차 구간에는 시멘트 바닥을 시공하였으며, 불필요한 소형 보들도 제대로 철거하지 못했다. 여전히 생태적 가치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조경하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후 관리에서도 지속적인 주민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운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이 사업은 이름이나 내건 목표와는 달리 지속가능한 도심하천 관리의 모델이라 할 수 없다. 

지역주민이나 지역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도심하천 관리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질은 물론 생태-환경적 가치를 담아낼 실천방안을 마련하여 수행하며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그 효과를 확대-재생산해 낸다면 말 그대로 이상적인 일이다. 이런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산재해 있는 재료들을 모으고 이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해당사자 간의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정책적 지원을 위해 지자체는 행정 추진의 효율성을 핑계로 사업의 추진과정에서의 주민참여를 형식적인 절차로만 여기는 현재의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가능한 도심하천 관리를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는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통해 정책을 입안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재원에 대한 지원방안 역시 마련해야 한다. 인사이동에 따라 위원회 활동이 위축되는 경우가 많기에 집행부나 일부 담당자의 의지에만 기대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도심하천이나 생태-환경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호 교류가 부족하여 각자 단절된 활동을 하는 한계도 있다. 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확산 방안을 함께 논의한다면 각자의 사업을 수행하면서도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에 수질은 물론 생태-환경-문화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지역 학교, 기업, 일반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해 나간다면 지속가능한 도심하천 관리를 위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 공지천에서 이러한 일들이 가능하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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